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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끝자락에 든 생각

by 독당근


이렇게 자리를 잡고 글을 쓰는 게 얼마 만인지 모르겠다.

살짝 움츠러들게 만드는 차가운 공기

오랜만에 모니터의 빈 페이지를 마주한다.

가을이 되어서야 겨우 여유를 되찾은 것일까?

아니다, 아직 멀었다.

그래도 이 순간만큼은 여유를 조금은 즐겨보려고 한다.


1층 교무실에서 커피 한 잔을 내리고 상담실에 올라왔다.

좋아하는 유튜브 채널의 하루키 소설 BGM을 틀어놓는다.

"그래, 이런 날도 있어야지."

일찍 출근하면 이런 호사를 누릴 수 있어 좋다.

잔잔한 피아노 선율이 마음속 깊숙한 곳으로 나를 이끈다.


연말이 가까워졌고

미루었던 일을 하나씩 해나가면서

놓치게 되는 건 없을까 염려되긴 하지만

그래도 대충 기워놓아도 그 모양대로 나쁘지 않게 될 거다.


올해를 뒤돌아 봤을 때 무너질 때도 있었고 후회한 순간도 있었지만

모든 것은 결국 나에게 일어날 일들이었다.

살아가면서 원하든 원하지 않든 무언가를 손에 쥐기도, 놓치기도 하니까.


그런 다사다난한 2025년을 보내며

되돌아보면 "역시 일어났어야 했던 일들이야"라고 고개가 끄덕여진다.


그리고 다가올 내년을 생각해 본다.

많은 변화가 생길 2026년..

그 변화가 어떤 길로 나를 이끌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나는 미래가 두려웠던 적이 없다.


왜?


정말 진심으로, 간절하게 내가 원하는 것은

절대 놓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


그 이상한 믿음은 어린아이 같은 천진함도

자신감 넘치는 사람이 으레 가지는 오만함도 아니다.


나이가 드는 게 좋은 건

나에게 확실한, 단단한 무언가를 손에 쥔 것이다.


그것은 내 깊숙한 곳에 일부가 되어 살아 숨 쉰다.

그 믿음의 뿌리는 누군가로 주어진 것이 아니라 스스로 만들었다는 것이 나에게 큰 자부심이 된다.


그런 게 과연 있을까 방황했던 시기를 지나서 결국 손에 얻게 된

나 자신에 대한 믿음과 확신

사랑하는 사람들의 신뢰..


물론 난 부족한 것이 많다.

인간관계도 서툴고, 일을 잘하는 사람도 아니고

공부도 부족하고.. 아, 통찰력과도 거리가 멀다.


그럼에도


나는 나 자신을 더 나은 곳으로 데려갈 것이라는 걸 알기에


올해 끝자락,

늘 그렇듯 나를 믿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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