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자기소개서 작성을 도와주었다.
몇 년 전에 딴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쓸 일이 이제 생긴 것이다. 엄마가 부탁했을 때 선뜻 그러겠다는 마음이 든 건 아니다. 내가 막 글을 쓰려고 하던 차에 연락이 왔기에 조금 귀찮다는 마음이 들었다. 그런 티를 내고 싶지 않아 애써 참을 수 있었으나, 선심 쓰는 듯한 태도를 엄마는 눈치챘을 것이다. 지금 글을 쓰는 와중에도 '내가 뭐라고'라는 생각이 떠올라 마음 한 구석이 불편하다.
엄마에게 성장 배경, 장단점, 생활신조, 지원 동기를 몇 줄씩 써서 카톡으로 보내 달라고 했다. 보내준 내용을 토대로 문장을 정리하고 다듬어 주겠다고 했다. 엄마는 쾌활하게 "알겠어~"라고 답했다.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아 답변이 왔다.
졸업과동시에 취업 그리고 결혼 육아와변형하면서 알봐반찬가계 책세일즈 보험회사애들 성장후애광원청소업체극무 영어마을그리고 한일산업근무 덕광기업근무 친정아버지 와시어머니풍으로 집에서모셔케어해드렀습니다
요양사로일해여러분들을 보실기회를 주시면 잘할수있을것같습니다 뭐든지주어진일흘최선을다해야된다고 생각하고생활합니다
급하게 쓴 듯한 짧은 글이 귀엽고 황당해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그리고 맞춤법이 전혀 맞지 않는 문장에 쓴웃음을 지었다. 글을 찬찬히 읽어보니 그 짧은 글에서도 엄마의 고된 나날들이 느껴졌다.
내가 안정적인 직장을 가지고 취미로 맞춤법이 맞는 글을 또박또박 쓸 수 있는 건 부모님 덕에 가능하다. 본인은 누리지 못한 고등 교육을 내가 원하는 곳까지 누릴 수 있도록 기꺼이 지원해 주셨다. 부모님의 오랜 희생과 은혜로 살아가는 내가 잠깐의 시간도 내어주기 아깝다는 듯 오만한 태도를 보인 게 부끄러워졌다.
엄마에게 다시 전화를 걸었다.
"엄마, 너무 짧다. 자소서 채우려면 더 써야 된다."
"그래? 대충 쓰면 안 되나?"
"안 돼 안 돼. 그럼 그냥 전화로 하는 게 빠르겠다."
엄마는 수화기 너머로 쾌활하게 본인의 이야기를 들려주셨다. 그 힘들었던 세월도 이렇게 지난 뒤에는 웃으며 넘길 수 있게 되는 걸까. 출근할 때 잠깐의 추위에도 견딜 수 없다는 듯이 투덜거리며 집을 나서는 내가 철없이 느껴진다. 앞으로 인생을 살아가면서 겪게 될 고난과 시련을 엄마처럼 잘 흘려보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