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나에게는 잊지 못할 여행이 있다.
너무 소중한 나머지 나만 볼 수 있는 깊은 곳에 숨겨두다가
잠시 한 눈 판 사이 손이 닿지 않는 먼 곳으로 흘러갔다.
긴 여행을 마친 사람들이 그러하듯 나는 눈앞에 놓인 현실을 외면할 수 없었다. 그렇지 않고선 살아가기가 쉽지 않은 세상이니까. 그게 당연하고도 자연스러운 순서였다.
하지만 문득,
흘러가 버린 것에 아무 미련 없이 무심하게 일상을 살아가는 나를 마주한 순간, 나는 복잡한 마음이 들었다. 그 정의 내릴 수 없는 감정의 뭉치들은 나를 꼼짝도 못 하게 막아섰다. 그리고 마음속의 어떤 울림이 나에게 말했다.
이 여행을 정리하지 않고선 더는 앞으로 나아갈 수 없을 거야
그 무시무시한 경고는 나를 다시 여행의 시간 속으로 끌어당겼다.
많은 사람들이 가슴 한편에 잊지 못할 여행을 품고 살아가고 있다. 어떤 이는 일상의 활력소로 간직하고 있으며, 어떤 이는 과거의 조각 중 하나로 묻어두고 살아 간다. 여행은 저마다 다른 모습으로 우리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다.
그 여행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일까.
도대체 무엇이기에 잊혀지지 않고 계속 수면 위로 떠오르는 걸까. 여행에 대한 기억은 흐릿해지는데 왜 그때의 감정은 더욱 애틋해지는 걸까.
나에게 잊을 수 없는 여행
나에게 잊어서는 안되는 여행
그 안에 무엇을 두고 왔는지 다시 한번 들어가 보고자 한다. 아주 겸허한 마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