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드라이브 마이 카>
영화 <드라이브 마이 카>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단편 소설 <드라이브 마이 카>와 <셰라자드>, <기노>를 섞어 각색한 작품이다.
그래서 그런지 영화를 보는 내내 하루키의 소설 속에 들어가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쌀쌀한 배경 속에서 흘러나오는 잔잔한 멜로디
말수가 적고 착실한 남자 주인공
서늘한 표정의 여자 주인공
각자 제 역할을 다하는 다채로운 인물들...
이 이야기 속에서 어떤 진실이 드러나기까지는 꽤 시간이 걸린다.
(러닝타임 무려 3시간이라 초반엔 살짝 졸았..)
하지만 그 진실은 정말 기다릴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이었다.
나는 아주 당연하고도 자연스럽게 가후쿠와 오토 모두에게 감정이입이 되었다.
오래전부터 내 안에는 진실을 외면하고 싶은 마음과 이해받고 싶은 마음이 나란히 자리 잡고 있다.
그들도 그렇기에 아내의 바람을 목격하고도 외면하고,
남편에게 자신의 검은 회오리(혹은 어두운 소용돌이)를 이야기할 수 없었던 거겠지.
우리는 어떤 형태로든 상처를 받는다.
애석하게도 그건 피할 수 없는 진실이다.
영화를 본 이상 스스로에게 질문하지 않을 수 없다.
"나는 상처를 상처라 말할 수 있을까?"
나도 가후쿠의 오래된 빨간 자동차를 타고 정처 없이 떠돌고 싶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 하루 종일 창밖을 보며 생각하는 거지.
상처받은 영혼에 대하여...
그리고 그것을 끌어안고 살아가는 나약한 인간에 대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