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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투명물고기 Mar 24. 2022

아기와 함께 코로나에 걸려보았다

전염병 시대의 비극

결국 올 것이 오고야 말았다. 순전히 주변인 통계로는 이미 75% 이상 육박한 감염 수준이다. 그 감염들이 최근 2~3주 사이에 일어났다는 것이 더 놀라운데, 어쨌거나 우리 집도 결국 피해가진 못했다. 개인 및 시대 역사의 기록, 그리고 누군가에게는 참고가 될 공유를 위해서 간단히 남겨본다.


1. 할머니에게서 아기로


울 엄마는 워낙 활동적이어서 하루라도 집에만 있으면 병나는 스타일이라 이 시국에도 예전부터 거의 매일 나갔고 사람들을 만났다. 심지어 밥도 거의 하루에 한 끼는 무조건 나가서 먹었다. 그리고 중간에는 동생 결혼식 때문에 열흘간 외국에도 나갔다 오기도 했다. 그런 것 치고는 정말 운 좋게 안 걸리고 용케 비켜간다 했는데, 결국은 지난주 수요일 심하게 몸살감기가 왔다고 한다. 새벽에 끙끙 앓았다던 그날 아침, 나는 8시부터 외국과 줌 미팅이 있어서 심지어 아이를 8시 전부터 엄마에게 맡겨야만 했다. (엄마가 그날 새벽부터 앓았다는 걸 내게 얘길 했다면 어떻게든 안 맡겼을 것이다 ㅠㅠ) 밤새 앓고 이른 아침부터 애까지 본 엄마는 완전히 앓아누워버렸는데, 그게 그냥 몸살이 아닌 코로나로 판명이 났다.


우리 애는 수목 아무 징후도 없다가 목요일 밤 자다 말고 갑자기 너무 뒤척여서 깰 수밖에 없었는데, 고열이라긴 애매한 중열 정도가 느껴져서 해열제를 먹이고 다시 재웠다. 그다음 날 금요일 아침에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멀쩡했고 전날 자가 키트도 음성이었지만 혹시라도 무증상 감염이라도 되어 어린이집 친구들에게 피해를 줄까 봐 등원 전 소아과부터 가봤다. 9시 반에 갔는데 대기만 40명이 넘었다. 너무 아무렇지 않은 아이인데도 신속항원 검사 키트에 한 방울 떨어뜨리자마자 선명한 두 줄이 떴다. 빼박이었다. 동시에 나도 검사를 했으나 음성 판정. 처방약을 받아왔으나 먹을 새도 없이 아이는 너무 멀쩡했다. 다음날 밤에 약을 절대 안 먹겠다고 해서 (우유에 타 줬더니 귀신처럼 알고 한 방울도 안 먹는다고 거부) 미열이 있는 듯 없는 듯 한채 잠들었는데 그 이후로는 그야말로 정상 컨디션이다. 어린이집에서도 추가 감염은 없었다고 한다.


2. 아기에게서 엄마로


코로나 여부와 상관없이 우리 엄마가 아픈 걸 알고부터는 내가 아기를 100% 전담하였다. 아이의 확진을 확인한 순간부터 나의 전염은 이미 각오를 한 터였다. 왜냐하면 이제 갓 두 돌 지난 아기를 격리하는 것 자체가 애초에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빠르게 내렸기 때문이다. 격리라는 것은 스스로 밥을 먹고, 혼자서 씻고, 자기 용변을 처리할 수 있고, 먹다가 뱉는다거나 여기저기 물고 빨고 묻히는 짓을 안 할 수 있는 통제 가능한 수준의 나이는 되어야 가능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차라리 너무 어려서 누워만 있거나 활동 반경이 적으면 또 가능할지도 모르겠지만, 이미 뛰어다니면서 마구 휘젓고 다니는 나이의 아이에게 활동 반경의 격리란 불가능한 일이다. 그가 스쳐 지나간 모든 것을 쫓아다니며 계속 소독을 할 수 있을까? 그가 흘린 그 모든 음식을 치울 때마다 그 주변을 다 소독하고, 아이와 접촉을 하자마자 매 순간 하루에 손을 수백 번 씻고 하루 종일 혼자라도 마스크를 잘 끼고 있으면 그래도 안 옮을 수 있을까? 어차피 불가능이라고 판단했다.


남편의 닦달로 잠시 초반에 마스크를 끼는 흉내라도 내어봤는데, 아이가 자기 앞에서 내가 방어막을 치는 느낌이 수상했는지 스스로 침 잔뜩 묻은 손으로 내 마스크를 벗겨 버린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밥을 먹는데 내 얼굴에 뭐가 묻었다면서 커다랗고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다가와서 "엄마 얼굴에 묻었쪄"하며 (역시나 침 잔뜩 묻은 손으로) 입을 닦아주는데 그런 심쿵한 장면에서는 거의 무방비 상태가 될 수밖에 없었다. 안아달라는 아기를 안고 재우다 보니 내 베개와 이불에 침을 질질 흘려둔 것 역시 덤이다. 어차피 24시간 방독면을 쓰고 있는 게 아니라면, 몇 시간 마스크를 쓰고 있는 것 자체가 의미도 없을뿐더러 소득 없는 불편만 초래한다고 보아 아예 자유롭게 생활했다.


3. 드디어 올 것이 오다


아이가 금요일에 확진 판정을 받은 이래 토요일까지 모두 멀쩡하다 일요일이 되니 아침부터 온 몸을 칼로 써는 듯한 몸살이 왔다. 나는 두통도 아니고 인후통도 아니고 특이하게 하체 쪽이 제일 아팠는데 그 와중에도 인어공주가 물고기 꼬리를 포기하고 인간으로 변신할 때 이렇게 다리를 칼로 난도질당하는 느낌이었겠다는 상상까지 해보았다. 출산할 때에도 라섹 수술 후에도 진통제 한번 안 쓰고 버틴 나인데 타이레놀을 이날 두 개나 집어 먹었다.(그걸 마지막으로 이후 더 먹진 않았다.) 그다음 날까지도 몸을 군데군데 칼로 써는 느낌이었다가 삼일째 되니 전신을 꼬집는 느낌으로 바뀌었고 4일째가 되니 간간이 꼬집는 느낌에서 서서히 잦아들었다. 다행히 큰 인후통은 없는 것 같고, 3일 차에 가래가 아주 가끔 생겼는데 그 덩이가 너무 커서 정말 숨이 막혀 죽겠다 싶은 게 두 번있었다.


첫날 아무리 아파도 자가 키트는 음성이었지만 놀랍지는 않았다. 처음 바이러스를 인식하고 몸에서 방어기제를 작동하느라 고열이 가장 심하게 느껴지지만 실제로 초기이므로 체내 바이러스의 상대적인  자체는 적을  있을 거라 생각했다. 오히려 3 정도 지난 후에야 양성이 나오더라는 경험담을 많이 접했었고, 생각해보니 그때쯤에는 이제 고열에서 , 가래 등으로 국면이 접어들면서 바이러스 덩이를 뭉티기로 체내로 배출시키는 단계라 훨씬 검출이 쉬울 거라는  이해가 되었다. 역시나 몸은  아픈 3 , 끈적한 코에 살짝만 찍어도 바로 양성이 떴다. 결과적으로 50프로의 공통 유전자, 같은 혈액형을 가진 엄마와 나는 같은 바이러스로 3 바짝 오지게 몸살이 오는 같은 코스를 밟았는데 엄마는  이후 극심한 인후통이 시작된 반면 나는  좋게  부분은 비켜간 듯하다. 차이라면 엄마는 백신 완전 접종이고 나는 미접종이지만, 우리는 나이 차도 상당하기에  때문에 어떻다고 성급한 결론을 내릴  없다.



결국 그야말로 시체와 진배없던 초반 이틀, 남편이 아이를 풀타임 케어해준 덕에, 나는 이후 병가 하루도 쓰지 않은 채 애를 반나절씩 보면서(라고 쓰고 방치라 읽는다) 재택근무도 소화를 다 하고야 말았다. (그럴 수 있을 정도로 짧게 지나갔음에 상당히 운이 좋았다고 생각하며 감사한다.) 4일 차에는 심지어 8시부터 오전에만 미팅 4개를 연달아 참석했고, 오후에 잠시 짬이 날 때엔 청소를 하였고, 5일 차는 그간 산더미로 쌓인 설거지도 다 해치울 정도로 완전히 회복하였다. (3~5일 차 오후엔 회복한 엄마가 아이를 데려갔기에 가능했다.)


그런데 내가 살만하니 이제는 남편이 시작되었다. 남편에게는 심지어 더 아프게 와서 많이 고통스러워하는 것 같아 이제 또 다른 시작이 예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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