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벌써 목련이 그립다
봄의 설렘에는 따땃하고 눈부신 햇살도 있지만
성큼성큼 굵직하고도 요란하게 봄을 외치는
목련을 보는 기쁨이 아주 크다.
수많은 꽃들 중 누구보다 먼저 고개를 살포시 들어
가장 요란한 소리로 봄의 손을 잡고 이끌다
장렬하게 흔적을 남기고 결국 먼저 가고 마는 그 꽃.
다채로운 색깔을 여기저기 뿜어댈 작은 꽃들에게
먼저 화알짝 보란 듯이 길을 열어주고는
추하게 늙고 시들어가는 것 역시 겁내지 마라 한다.
가장 순수한 신부의 백색으로 빛을 내다
생명을 불어넣어준 나무와 흙 빛으로 저무는 그 꽃,
그 찰나가 아쉽기에 더 소중한 법.
그래서 나의 남은 인생의 단위 역시,
이 눈부신 아름다움과 겸허한 회귀의 목도가
앞으로 몇 번이나 내게 더 허락될 지로 세어본다.
이렇게 나는 어김없이 이번 봄의 첫 자락에도
이미 벌써,
다시 목련을 앓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