씁쓸한 자화상
재택근무를 하다 점심에 수년만에 버거킹에 들렀다.
키오스크에서 처음 놀란 풍경은
의외로 중절모를 쓴 어르신들이 가득했다는 것이다.
디지털 세상에 어르신들이 급격히 소외되는 게 아닐까
몇 년 전부터 걱정이 되는 장면을 많이 목격했는데
생각보다 그들도 적응을 잘하신 것 같아 다행이었다.
그러나 5분이 지나도록 보니 앞분이 결제를 못하셔서
결국에는 내가 도와드릴 수밖에 없었고,
옆 줄 어르신마저 줄에서 빠져나와 도움을 구했다.
우리에겐 너무도 당연한 Back 버튼, 체크 박스 등
그들에게는 외국어처럼 생소한 표시에 불과했고,
디지털 1세대인 나마저도 직관적 설명은 어려웠다.
내가 느끼기에도 세상은 이리 빠르게 변하고 있고,
시간을 내어서 차근차근 알려주는 관용과 친절은
더 이상 아이가 아닌 이들에게는 사치다.
내가 산만큼 더 살았을 때 즈음의 세상을 그려본다.
그때의 세상은 나를 얼마나 배려해주고 있을까?
누군가는 미약한 도움의 손길이라도 내밀어줄까?
세상은 매일 홍수처럼 쏟아지는 새로운 것들로
빛의 속도로 변해가고 있고, 내가 아무리 노력한들
노화의 발목은 그 속도에 점점 뒤처지게 만들 것이다.
우리가 살아갈 세상을 한 번씩 그려보면서
예전의 그들이 현재 살아가고 있는 세상이 어떨지
한 번씩은 돌아볼 여유를 가지며 살아가고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