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스윗한 전 지구적 거짓말

연말 그리고 크리스마스 단상

by 투명물고기

매년 이맘때쯤 되면 수시로 혼자 빙그레 웃게 된다.

전 세계 부모라는 사람들이 이렇게나 합심하여 수 세기 동안 철저하게 지켜내고 있는 비밀, 바로 산타(라고 쓰고 동심이라고 읽는다)라는 존재이다.


누가 애초에 이런 기발한 사기를 생각해 냈는지. 인터넷의 흔적조차 없던 시절부터도 이런 기막힌 콘텐츠가 어떻게든 전 세계 구석구석 바이럴되었다는 것도 놀랍다.


아이들을 행복하게 해주고 싶은 어른들과, 진실을 알아도 한쪽 눈을 살짝 감고 매년 다시 같이 동심에 빠지고 싶은 어른이들을 포함해, 전 세계 그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오랫동안 합심한 듯 지켜낸 위대한 스토리에 나는 매년 연말이면 감동을 느낀다.


지켜주고 싶은 존재가 있다는 것, 그리고 어떻게든 지켜내고픈 비밀이 있다는 것도 참 아름다운 일이라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해주는, 정말 멋진 콘텐츠임에 틀림없다.


만 5세 우리 아들은 자신은 ‘솔직히 말을 잘 들은 아이는 아니라는 것’을 스스로 인정하는 기준 높은 양심이 있는 아이다. 그래도 정성 들여 편지를 써서 문 앞에 놔두면, “어, 여긴 그 말 안 들은 아이네 집이네”라며 ‘입구에 왔다가 들어오지도 않고 그냥 가는 일은 없지 않을까’라는 기대와 희망을 품고 있었다.


그의 마음을 움직이기 위한 카드를 정성스레 만들어 꾸미고, 엄청 고심해서 쓴 카드 메세지에 스스로 아주 뿌듯한 눈치였다. 이 정도 카피라이팅이면 산타도 후킹 할 수 있다고 믿는 것 같았다.


그게 어떤 포인트냐고 했더니 “(선물 주면) 내가 엄청 행복할 거예요”라고 하면 착한 산타는 실망을 줄 것 같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고는 냅다 “고맙습니다!”라며 이미 받기도 전에 감사부터 하면서 마무리 지었다.


‘상대에게 진실된 믿음을 먼저 던져버리는 것’과 ‘일단 감사해버리기’ 이 두 가지가 세상을 살아가는 데에 강력한 무기가 된다는 것을 아이는 본능적으로 알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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