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지어가는 이야기
지난달 말, “Invitation”이라는 제목의 메일을 하나 받았다.
“XXX Business School Retail & Luxury Goods Club 20주년 컨퍼런스에 협찬을 구하고 있습니다.”
모교에 대한 애정은 늘 있었고, 언젠가는 나도 기여하고 싶다는 마음도 항상 있었다. 그래서 제안이 고마웠다.
문제는, 제품이 아직 출시도 되지 않았다는 것.
단상자도 제작 완료되지 않아 화장품 초도 물량 생산 일정도 확정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였다.
일정까지 약 3주.
그동안 패키지와 내용물 제조를 완료하고 포장 완료된 300개의 완제품이 미국까지 가야 한다.
메일을 받자마자 머릿속으로 가능한 모든 시나리오를 돌려봤다.
빠르게 결론을 내렸다.
생산을 행사 직전까지 어떻게든 밀어붙여 맞춰내고, 내가 직접 핸드캐리를 한다면..! 가능하다.
핸드캐리의 물리적 가능성에 대해서는 복수의 AI툴과 함께 여러 번 시뮬레이션을 해보았다.
바로 수락 메일을 보냈다.
나는 히스토리에 기반해 “어떻게 하든 결국 되게 만드는 사람”이라는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사실, 나는 삶에서 예상치 못한 어려운 문제가 생기면 스트레스에 눌리기보다는 해결책을 찾는데 일종의 희열을 느끼는 스타일이다.
그 이후의 시간은 말 그대로 숨 가쁜 중이다.
일정상 행사용 사전 패키징에 포함될 수 없게 되자, 현장 스태프의 수고를 덜기 위해 별도의 쇼핑백을 제작해 간다고 했다. 350개를 급히 수급해 인쇄소에 초특급 의뢰를 넣었다. 온갖 버전의 샘플을 비교하고, 로고 위치를 직접 잡아보고, 디자인을 수십 번 수정하며 짧은 시간에 꽤 단련된 느낌이다.
그러던 중 한국의 대명절 설 대목 수요가 왕창 몰리며 단상자부터 화장품 생산 일정까지 줄줄이 밀리게 되었다.
회사 다니며 배웠던 한 가지 무기를 다시 떠올렸다.
예외는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내는 것.
어떻게든 모든 일정들을 당겼고, 마지노선이라 생각했던 출국 전날로 결국 생산 및 포장 일정이 확정되었다.
서울 외 지역에서 운전해 본 적 없는 내가 충남 생산 공장까지 직접 가서 300개를 싣고 오기로 했다.
그리고 그다음 날은 아들의 여섯 번째 생일이자 유치원 졸업식 공연이 있는 날이다. 하루 일정을 모두 함께하고, 밤새 야간 비행기를 탈 예정이다.
그 사이 쇼핑백, 명함, 후배들에게 동봉할 엽서까지
전부 직접 디자인해서 긴급 인쇄 오더를 넣었다.
300개 물량을 핸드캐리하면 세관 검사가 거의 확실하다고 해서 백업 서류도 하나씩 준비하고 있다.
제품 출시 준비와 협찬 출장을 숨 막히는 일정 속에서 동시에 진행 중이다.
호텔 예약은 조금 전에야 겨우 마쳤다.
300개의 부피와 무게를 두 팔로 감당할 수 있을지는 이론상으로는 여러 번 시뮬레이션했다.
근데 실제로 가능할지는… 가보면 알겠지.
어려워 보여도, 내심 걱정은 안 한다.
나는 결국 어떻게든 되게 만드는 사람일 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