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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투명물고기 Nov 08. 2019

퇴사를 잘하기 위해 회사를 더 잘 다니기

우리는 결국 언젠가 퇴사를 한다

많은 직장인들이 퇴사를 로망으로 생각하며 D-day를 꼽으며 하루하루를 버텨가는 것을 본다. 그런데 기껏 '휴양'이나 '여행' 같은, 조금은 길어봤자 결국 일시적이고 지속 가능하지 않아 보이는 '리프레시' 그 자체가 퇴사의 목적이 되기엔, 대부분의 우리는 이제 스스로의 생계를 남은 평생 책임져야 하는 어른이다. 결국 잠시 인생의 휴식 시간을 가질 땐 가지더라도 그 이후 더 긴 시간의 먹고사니즘을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다. 앞으로도 계속 지속해야 하는 나의 긴 인생 여정에 지금 직장생활이 정말 전혀 도움이 안 될까?




1. 회사를 나가 필요할, 사 언어로 설득하기 연습


내가 워낙 가진 돈이 많아서 100% 나의 돈만으로 창업을 한다거나 자본금이 전혀 필요하지 않을 정도로 뛰어난 기술 보유자라면 상관없는 얘기다. 하지만 많은 경우 '내 일', 즉 동네 구멍가게라도 창업을 하려면, 자본가들의 투자금을 유치하든, 은행 대출 창구에서 대출 신청을 하든, 하다못해 경제 활동을 하거나 해 본 경험이 많은 지인들을 대상으로라도 설득을 해야 할 것이다. 나의 막연한 포부와 이상만으로는 그 사람들을 설득하여 한 푼이라도 남의 돈을 끌어온다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은 명약관이다. 내가 오늘 부장님을, 상무님을 깔끔하게 설득하지 못하거나 논리에 미진한 게 있었다면 나가서 다른 이해관계자들을 설득하는 것도 쉽지 않을 수 있다. 결국 일하는 사람들의 프로페셔널한 언어의 눈높이로 설득작업은 어딜 가나 필요할 것이고, 숫자 한 땀, 기승전결 구도 등 깔끔할수록 나쁠 건 없다. 오늘 나의 보고서가 깨졌다면, 훗날 더 중요한 데 잘 써먹으라는 트레이닝으로 생각해보자.


2. 바깥세상의 상상할 수 없는 진상 맞이 연습


오늘도 나를 갈군 그 자식 꼴을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어서 퇴사를 한다는 사람들 많이 본다. 물론 정말 일반적인 상식으로 도무지 이해해줄 수 없는 진상들이 꼭 어딜 가나 있는 것은 사실이고 그것이 나와의 악연일 경우 피할 수 있으면 피하는 것이 상책인 것은 맞다. 그러나 일단 피하는 곳이, 더욱 알 수 없는 바깥의 미지의 세상이라면, 그 진상보다 더 나은 사람만 가득할 수는 없을 것이라는 현실적인 생각을 한 번 해 보자. 그래도 기업에서 일할 정도의 사람이라면, 각종 서류부터 몇 차 면접까지 그나마 여러 번 필터링된 사람들이 아닌가? 걸러진 게 그 정도일진대, 내가 직접 장사를 하거나, 모든 민원 대응부터 사고처리까지 다 직접 한다면 바깥세상에서는 더욱 심한 진상을 만날 빈도가 훨씬 높지 않을까? '내 장사, 내 사업'이라고 한다면 더욱 질 떨어지고 말문이 막히는 진상 고객들에게조차 슈퍼 '을'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고, 그들은 같은 회사 내 직위 등의 체면도 걸려있지 않은 관계라 더욱 험한 꼴을 볼 확률도 크다. 회사에서 나를 미치게 하는 그 사람, 바깥세상에서 더 말문이 막히는 놈들을 만나기 전 사전 준비단계라고 생각하고 대응 연습을 해보자.


3. 나 홀로 뭐라도 해보기 위한 기반 스킬 수련


당장 퇴직을 하고 많은 직장인들의 로망인 카페를 하나 차리겠다고 하더라도, 이제는 A부터 Z까지 다 스스로 해야 할 것이고, 내가 스스로 해결을 못하는 부분이 있다면 다 비용 지출로 직결될 것이다. 지금 정말 쓸데없어 보이는 PPT 기술도 하다못해 개업 입간판이나 신메뉴 선전물이라도 하나 더 거는 데 요긴할 수 있고, 엑셀좀 할 줄 안다면 수입/비용 지출 분석 및 시뮬레이션이라도 직접 해 볼 수 있다. 아주 기초적으로 툴을 다루는 법만 알아도 할 수 있지 않느냐고? 어느 정도 직급이 되어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어떤 도구나 툴이라도 많이 제대로 해 본 사람과 아닌 사람은 사용성의 범위나 깊이에 차원이 다르다. 그것을 어디까지 써먹을 것인가 하는 것은 전적으로 내 능력에 달려있다. 하다못해 전단지를 뿌리거나 광고 하나를 걸더라도 온갖 툴을 이용해서, 그리고 내가 그간 배우고 단련한 안목만큼 스스로 내게 될 것이다. 나의 전문 분야가 마케팅이든 영업이든 재무든 상관없이 제대로만 배워 놓으면 그만큼은 굳이 비용을 지불하며 외주를 줄 필요 없다. 그 와중에 배우는 리더십과 조직 관리는 하다못해 아르바이트생을 부리는 데에도 쓰일 것이다.


4. 회사에서 업무 그 자체 외에도 배울 수 있는 것들


회사에서는 일 뿐만이 아니라 각종 다양한 기회도 잘 찾아먹으면 누릴 수 있는 것들이 쏠쏠하다. 나의 경우 사내 동호회에서 시간과 비용을 얼마 들이지 않고 꽃꽂이를 년 남짓 했더니 새로운 취향도 생기고, 살아가며 선물하는 데에도 잘 써먹는 스킬이 되었다. 사내 어학 강좌로 점심시간을 쪼개서 중국어를 일 년 남짓 했더니 이제는 중국인들과 조금은 더 가깝게 얘기를 할 수도 있게 되었다. 나보다 10살 이상 많거나 적은 사람들과 다양하게 교류를 할 기회가 좋건싫건 많으니 그 어떤 시장 조사나 책으로 읽는 방법보다 더욱 가까이서 다양한 세대에 대한 이해를 깊이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나보다 더 잘난 사람들을 통해 처음부터 혼자만 일했다면 결코 스스로 깨우치기는 어려웠을 멋진 리더십, 깔끔한 업무 방식, 본보기 삼고 싶은 커뮤니케이션 등 정말 많은 것을 보고 배웠, 이는 퇴사를 하더라도 내가 꼭 챙겨갈 부분이다. 물론, 좋은 예뿐 아니라 나쁜 예를 접하며 분노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그 경우조차 '나는 적어도 그러지 말아야지' 하는 타산지석으로 삼는다면 그 경험은 독보다 약으로 쓰일 것이라 생각한다.




내가 창업주나 그의 혈육이 아닌 이상 우리는 든 싫든, 언제가 되었든 결국 어느 시점에는 똑같이 퇴사를 할 것이다. 지금 나의 회사 생활이 노예근성이니 인생의 시간낭비 치부해버리고 벗어날 궁리만 하며 근근이 때워가는 생활을 이어가기 전에, 진짜로 나의 시간이 그렇게 되어버리지 않도록 스스로 건질 수 있는 건 알차게 건져가며 일하자. 어차피 이 시간도 기회도 유한할 뿐이다. 그것을 인생의 낭비로 삼을 것인가, 퇴사 후의 도약을 위한 교육 및 수련의 기회로 활용할 것인가? 선택은 늘, 매사가 그렇듯, 내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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