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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투명물고기 Apr 08. 2019

장래희망, 어른에게 묻다.

이런저런 이야기

"당신은 꿈이 있습니까?"

누구나에게나 하루란 주어진 것만 채워도 살아가기 바쁜 날들이지만, 그래도 크게 멀리 내다보고 사는 것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가다 중간에 다 못 가거나, 생각이 바뀌어 다른 길로 샐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목표점을 찍고 가는 마음 가짐과, 되는 대로 마지못해 발길 닿는 대로 가는 것은 분명 다르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목표가 이왕이면 나 하나라는 이기적인 동기에 의해서보다는 대의를 위한 선한 의도라면 그 결과가 크거나 미약하거나 상관없이 스스로 그 목표에 부끄럽지 않게 열심히 잘 살아야 하는 원동력이 된다. 그리고 아무리 허무맹랑해 보이는 목표라고 할 지라도 그 자체를 부끄러워하지 않고 계속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다 보면 뜻하지 않은 곳에서 비슷한 목표를 가진 귀인을 만나거나, 아니면 더 대단한 목표를 가지고 더 열심히 실천을 하는 사람들을 만나게 되는 계기가 되면서 또 다른 자극을 받기도 한다. 그 관점에서 얼마 전 국내 최대의 마케팅 커뮤니티에 기고한 글도 또 한 번 공유해 볼까 한다. 참고로 이 글은 현재까지 페이스북에만 117회 공유 되었다.

 


무엇을 팔겠습니까? 나라요

부제: 마케팅 이론, 제품 관점에서


이것저것 팔아보다 나중에는 큰 거 (나라를 통째로) 한   팔아 보고픈(매국 X, 애국 O) 마케터입니다. 마케터는 결국 약간은 간접적인 온갖 갖은 방식을 동원하여 본인이 팔고 싶은 것을 파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데, 팔겠다는 '그 무엇'(product) 관점에서 제가 파는 얘기 한 번 해 볼까 합니다.


제품 관점에서 우리나라


저도 철없이 우리나라가 남의 나라보다 못한 나라라고 생각하던 때가 있었습니다. 관광지라는 상품으로서 우리나라의 경쟁력이 매우 없는 편이라고만 생각해왔습니다. 어른이 되면 최대 목표가 '외국 가서 사는 것' 자체인 적도 꽤 있었으니, 한국이 굉장히 별로인 나라라는 전제가 늘 깔려 있었습니다. 하지만 만 21살이 되기 전까지 비행기 한 번 안 타본 어린 시절의 제가 객관적인 평가를 하기란 애초에 불가능이었고, 운 좋게 (라고 말하고 죽을 둥 살 둥) 기회를 만들어 전 세계인의 로망이라는 파리에 1년 , 뉴욕에 1년 반을 관광객이 아닌 현지인으로 살아보게 되었습니다. 제2, 제3의 고향이라고 할 만큼 매번 관광 모드뿐 아니라 학 모드,  모드까지 짧고 굵은 현지 생활 경험을 하면서 다각도로 본 남의 나라에 비해 우리나라가 결코 못하지 않는다는 불변의 깨달음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한국에 돌아와 만난 외국인들은 그런 깨달음을 더욱 확인시켜주는 역할을 했습니다. 어떤 미국 친구들은 한국의 구석구석 아름다움을 찍어서 지속적으로 작품을 만들어 공유하고 있고, 어떤 프랑스 친구는 남편과 아들 둘을 다 데리고 와 한국에서 근무하다 2년여 만에 돌아가야 할 때가 되자 몇 달 전부터 너무 우울해하고 아쉬워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들은 우리가 간과해온 우리나라의 좋은 점을 너무도 잘 봐주고 있었습니다. 익숙하고 당연해진 우리는 어쩌면 그들이 새로운 눈으로 보는 아름다움과 매력이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스스로 광을 파는 것이 익숙하지 않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다 유명하다는 일본 벚꽃을 보러 오사카와 교토에 극성수기에 방문했다가 충격을 먹게 된 일이 있었습니다. 제가 어린 시절 봐 오던 진해 군항제, 그리고 매년 보는 여의도 벚꽃보다 심지어 못한 것이 그 유명하다는 일본 사쿠라라는 것을 깨달았고, 정말 돌아다니는 사진 장면 딱 그것이 더도 말고 전부였습니다. (유통되는 이미지는 이미 최대의 광팔이 버전이었던 것입니다!) 봄에 '꽃'을 제대로 보려면 일본이 아닌 한국을 가는 게 맞습니다. 일본은 그렇게나 별 것 아닌 것도 있어 보이게, 마치 벚꽃의 대명사가 일본의 사쿠라인냥 호도를 너무도 잘하는 것이었고, 우리는 가지고 있는 아름다운 자원도 광을 못 팔고 있다는 생각을 결정적으로 하게 된 계기였습니다.


그렇다면 어떤 것을 팔 것인가?


마케팅의 관점에서 대한민국이라는 브랜드가 팔 수 있는 제품은 무궁무진합니다. 많은 이들은 실제 'made in Korea'가 찍힌 하드웨어적인 상품의 수출을 하는 것으로 우리나라를 (의도했건 안 했건) 많이 셀링 해왔고, 그 덕에 우리가 이만큼이라도 알려지고 인정받는 나라가 되었습니다. 네지금도 한국이 어디 붙어있는지도 모르지만 삼성, 엘지를 만드는 나라라는 것은 그래도 알아주고 있는 것이 현실이 맞습니다. 다행히 요즘은 K-Pop, 한류라는 컨텐츠 분야가 마니아 층을 중심으로 우리나라의 소프트 파워적인 측면의 위상을 증대시켜주는 일을 하고 있어 참 감사한 일이지만, 저는 우리나라가 궁극적으로 일본처럼, 아니 그 이상으로 더 많이 가고 싶은 나라가 되어 많이들 구경 오고, 일정 기간이라도 살러와서 외부 내수 활성화의 한 동력이 되기를 희망합니다. 그 관점에서 제가 본업 외에 그나마 오며 가며 짬짬이 손쉽게 할 수 있는 '한국의 아름다운 이미지'를 파는(Sales) 일을 개인 프로젝트로 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제가 10년 넘게 마케팅 분야에서 종사하며 얻은 큰 배움이 있다면, 파는 데 있어 "그 무엇보다 노출이 중요하다."는 사실입니다. 4P의 요소로 풀어서 본다면, 결국 고도로 산업화된 사회에서 제품(Product)의 품질은 대부분 큰 차별화가 어렵고 거의 모든 분야에서 공급이 수요를 훨씬 초과하는 공급과잉 시대가 되었기 때문에, 각종 프로모션(Promotion)도 유통전략(Place)도 모두 결국은 '노출'을 잘하기 위한 수단인 것 같습니다. 가격(Price) 전략은 그다음 얘기일 수도 있고, 아니면 때론 가격 그 자체도 노출 요인이 되도록 전략적으로 설정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리고 그 노출적인 측면에서 보면 우리나라에 대한 시각적 이미지는 너무도 저조하게 유통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요즘 사진 이미지 소비의 주요 매체가 된 인스타그램만 보더라도 #korea 검색 결과는 #japan의 40%가 되지 않습니다. 심지어는 #korea가 #tokyo라는 도시 하나보다도 더 적은 수준입니다. #seoul은 #tokyo 개수의 절반도 안되고, 겨우 #osaka 정도 되는 수의 이미지만이 공유되고 있었습니다. 우리는 언제쯤 뉴욕이나 파리처럼 누구든 가서 사진 찍고 인증샷을 남기고 싶은 곳이 될 수 있을까요? Product 관점에서의 경쟁력을 논하기 이전에 노출 자체가 너무나도 부족한 것은 아닐까요?

인스타그램 검색 결과

어떻게 팔 것인가?


한국의 아름다운 이미지라는 항목을 잡았으면 그다음 단계로 할 일은 제품의 구제화 작업입니다. "어떤 분야에서 누구에게 어떤 식으로 어필해서 팔 것인가"라는 측면인데, 굳이 마케팅 이론이라는 것을 끌어다 쓴다면 STP 관점에서 하나씩 구체화해보는 것이죠.

- Segmentation: 인스타그램 이미지라는 카테고리에서 다양한 관광지, 일상 풍경사진 (feat. 한국)

- Target: 여행지를 탐색하는 외국 여행객, 한국에 거주하고 있는 국내 관광에 관심 있는 외국인(영어, 불어권)

- Positioning: 사진사나 여행 전문 블로거가 아닌, 일반인 관점의 '호도되지 않은, 날 것 그대로의 솔직한' 이미지


사진이라는 분야가 예전에는 전문 장비를 가진 일부의 전문가들만 생산 활동을 할 수 있는 고유의 영역이었다면, 이제는 예전 그 시대의 전문가들보다 더 좋은 사진기를 누구나 한 손에 들고 다니는 시대가 되어 저와 같은 사진 문외한들도 손쉽게 생산자로 참여할 수가 있게 되었습니다. 여전히 커다란 호응을 받는 대단한 사진들은 대포 같은 사이즈의 카메라 렌즈 등 엄청난 장비들을 구비하고, 촬영 이후에도 전문가의 노하우로 상당히 많은 공수가 투여된 작품이 대부분이지만, 세상은 꼭 그런 메이저만 필요로 하는 것은 아닙니다. 롱테일(Long Tail) 경제 이론에서 이것을 이해하기 쉽게 도식화했는데, 일부의 제품들은 아주 커다란 인기를 얻지만 그 외 무수한 다양한 제품들이  인기를 얻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즉, 비주류 제품들이 다양하면 다양할수록 수는 적더라도 또 그것을 찾는 니치 마켓이 있고, 그만큼 더 넓고 다양한 부류의 사람에게 도달할 수 있는 것입니다. 롱테일의 꼬리가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위에서 말했던 총'노출'이 증가한다는 뜻이고, 그 꼬리 연장의 역할을 하는 데에 제 미약하고 어설픈 사진으로라도,    물 한 방울 정도 라도, 보태겠다는 것입니다.

롱테일 경제

세일즈의 가치


그렇다면 그 미약함의 가치는 얼마나 될까요? 제 계정의 통계를 분석해보면 지난 7일간 노출이 864명에게 된 것으로 나오고, 하트를 받은 수는 230개입니다. 확실히 날이 갈수록 플랫폼에 컨텐츠의 숫자가 급증하면서 광고비를 집행하지 않는 컨텐츠들의 자연 노출이 급감하는 것을 느낄 수 있는데, 그래도 괜찮습니다. 일주일에 8백여 명, 이렇게 4주를 하면 한 달 동안 3천여 명, 일 년이면 4만여 명에게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구석구석 단면을 소개해 줄 수 있으니까요. 저와 같은 사람이 10명이 있으면 40만, 100명이면 400만 명이 금방 되겠죠. 우리나라의 전통 건축물, 현대 네온사인, 아름다운 자연경관, 그 어떤 것이라도 그 소재 자체에 관심 있던 사람이 우연히도 사진을 보고 '한국이라는 나라가 있구나' 또는 '한국이 이런 면모도 있는 나라였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면 저는 성공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작은 경험들이 무의식 중에 쌓이고 쌓여서 한국이라는 이미지를 형성할 것이고, 언젠가 한국에 대해 떠올리게 된다면 이왕이면 좋은 이미지들이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저는 아예 인스타그램의 계정명을 개인 이름에서 아예 코리아그램(KOREAGRAM)이라고 개명을 하였고, 대놓고 한국의 명소를 소개하는 식으로 포스팅을 정비하고 있습니다.

어디까지 의도하고 시작  , 우리나라에는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이미지를 찍어 공유하  활발히 활동 중인 사이버 애국자(?)들이 상당히 많습니다. 일본과 비교해보면 우리나라 훨씬 의도되고 정제된 계정이 많다는 것을 단적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이미 많은 분들이 제 초라한 사진들에 비해 너무도 입이 떡 벌어지는 좋은 사진들을 잘 공유하고 계신데, 제가 미약하게 공유하는 것이 의미가 있을까를 저도 늘 고민합니다. 하지만 위에 말한 총 노출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우리나라의 입지를 떠올리고, 롱테일의 꼬리를 한 조각 늘린다는 마음으로 이어나가고 싶습니다. 우리의 역사를 보면 늘 그래 왔던 것 같습니다. 대부분 우리나라를 일으킨 것은 엄청난 리더와 정책보다는 풀뿌리 민초들의 힘이었습니다. 나라가 내게 무얼 해 줄 수 있는지 생각하는 것도 좋지만, 내가 나라에 무엇을 할 수 있을지 , 그리고 그 힘들이 모여 결국 더 좋은 나라가 되어  내가 더 많은 것을 받을 수 있는 날이 오는 게 더 좋지 않을까요?


저는   마케터의 길을 즐겁게 걷고 있고,    끊임없이 배우고, 모험하고, 성장할 거리가 무궁무진하다는 점이 참 좋습니다. 예전에는 하이테크 제품을 B2B로, 현재는 핀테크 서비스를  B2C로 파는 경험을  하면서 다양한 품목을 여러 가지 각도와 방법으로 파는 경험을 쌓아오고 있습니다. 이러한 노하우를 축적하고 틈틈이 활동들을 이어나가면서, 궁극적으로는 우리나라를 정말 잘 팔아 보고 싶습니다. :)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이 여정 함께 동행하실 분 없나요?



유치원 시절, 장래희망의 진짜 뜻도 잘 모르는 채 그 나이에 알 수 있는 가장 원대한 꿈을 당당히 말하던 시절이 지나고 나면, 장래희망의 크기는 점점 쪼그라들고 현실성이라는 핑계로 실현 가능성에 더 가까운 형상을 띠기 시작한다. 그러다 누구나 인정하는 어른이라는 시기에 도달해버리고 나면, 장래희망이란 더 이상 의미 없는 단어처럼 공중으로 흩어지고, 어느 순간 현실의 무게에 눌리기 시작하면서 장래희망을 가진다는 것 자체가 현실감이 없거나 정신적 사치를 하는 것 같은 느낌마저 들기까지 한다. 하지만 살아내기 위해서 사는 것인가, 아니면 내가 삶의 주도권을 가지고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어갈 것인가. 우리에겐 희망이 필요하다. 장래희망이란 내일이 다시 밝아 오는 한 우리의 오늘을 밝혀주는 등불 같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꼭 원대할 필요는 없지만, 아주 소소한 것이라도 이것이 더 큰 관점에서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 일인지 큰 호흡으로 한 번 바라본다면, 더욱 힘이 나지 않을는지. 이 세상 '어른이'들의 장래희망을 응원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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