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투명물고기 Aug 19. 2020

천명의 무게에 마주하여, 나의 작가 싹수를 분석해보다

무엇을 근거로 평가할 것인가

브런치 구독자가 천명이 넘었다. 작년 2월 마지막 날에 첫 삽을 뜬 이래 1년 반여만이다. 평균적으로 한 달에 약 56명, 일 주에 14명, 하루 2명 꼴로 독자가 생긴 것이다. 그렇다면 이 숫자는 많은 것인가? 그리고 브런치라는 작가 지향 플랫폼에서 나는 경쟁력이 있는 사람인 것인가? '많다 vs 적다'라는 정량적 판단, 그리고 '경쟁력 있다 vs 없다'라는 정성적 판단의 근거는 무엇을 기준으로 내릴 수 있는 것일까? 앞으로 더 나아가는 데에 있어 방향키를 한 번쯤 미세조정하고 넘어가기 위해 정답 없는 백지 위에서 나 스스로를 가늠해 보았다.



가장 우선적으로,
판단을 위한 준거 집단 설정을 해보자.


어쨌거나 숫자가 크다 적다 등의 수치적인 판단을 하기 위해서는 '기준'이 있어야 할 것이다. 그 기준과 '비교해서' 어떠한 결론을 내릴 수 있을진대, 모름지기 비교라는 것을 할 때에는 같은 카테고리 내에서 발전적인 방향으로 해야 의미 있는 결론이 도출되는 바, 나의 주된 소재인 "직장인 이야기" 카테고리에서 글을 꾸준히 쓰면서 책을 출간 작가들을 살펴보았다. 이들의 명단을 구하는 것은 어렵지 않은 것이, 내 브런치의 새 구독자가 생길 때마다 그들이 같이 구독하고 있는 다른 작가들의 목록을 한 번씩 훑어보면 공통적으로 계속 겹쳐서 나오는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를 통하여 내 브런치가 읽히고 있는 포지션, 그리고 나름의 비교군을 파악할 수 있었다.  


유의미한 숫자인가?


처음에 이 플랫폼에 진입할 때에 나름의 심사라는 명목 하에 한 번 거르기도 해서인지, 브런치에 글을 쓰는 사람들은 '작가'라 칭하고, 브런치 작가의 대부분은 언젠가는 출판도 한 번 하고자 하는 열망이 크든 작든 살포시 다들 있는 것 같다. 그렇다면 실제로 브런치에 글을 쓰면서 책 출간의 결실을 이룬 사람들의 구독자수는 얼마나 되는지를 살펴본다면 객관적으로 이 구독자 수가 유의미한지 아닌지를 판단할 수 있는 최소한의 근거가 될 것이다. 나와 비슷한 주제의 글로 이미 복수의 출간 이력이 있는 작가님들을 살펴보니 구독자 수가 기천명에서 만 몇천대 수준이었다. 비교군이라고 하기엔 내가 아직 많이 미약하고 갈 길이 멀었지만 그렇다고 까마득히 가망 없는 수준의 차이는 아니라고 느껴진다.

많이 쓸수록, 글 효율이 좋을수록
구독자가 많을 것이다.


특정 글(들)을 보고 그 글이 감응하는 바가 있어 구독하게 되는 계기가 되므로 일단 글 '절대적인 개수'가 많다는 것은 구독하게 될 확률이 비례해서 올라갈 것이라는 가정을 세웠다. 또한 총 구독자 수에 글의 개수를 나눈 숫자는 구독자를 확보하는 측면에서 글 한 편당 '효율성'이라고 한다면, '글 효율'이 높을수록 구독자 수에 미치는 영향이 더 클 것으로 짐작해 보았다. 표본을 최소한 30개 이상 확보를 했다면 상관관계 분석(Correlation)이라도 해볼 텐데, 이 정도 데이터는 통계적인 결론을 내리기엔 역부족이라 수동으로 한 번 살펴보기로 하겠다. 글의 개수가 250전후되는 세 작가의 구독자 수는 6천에서 1.5만 명까지 다양했고, 어떤 작가는 1천 개 이상의 다작을 하고 8천 명 남짓의 구독자를 확보하고 있었다. 또한 내가 '효율' 지표라고 임의로 명명했던 '글당 구독자 수' 역시 비례 관계를 찾기는 어려운 패턴을 보였다. 다만 나와 비슷한 효율 지표를 보인 작가님은 이미 3권을, 다작으로 인해 결과적으로 효율성이 상대적으로 낮아 보이게 된 작가님은 이미 5권을 출간하였고 개중에는 벌써 꽤나 베스트셀러도 있는 것 같았다. 결론적으로, 무조건 많이 쓰고 글 효율이 좋다고 구독자수가 비례해서 증가하는 것은 아닌 듯하다. 어쨌거나 나의 글 수는 아직 턱없이 부족한 것은 맞고, 글 효율에 대해서는 결론을 내리기 이전에 영향을 주는 추가 변수들을 조금 더 스터디할 필요가 있다고 느껴졌다.

외부 노출의 기회가 있거나 브런치가 밀어줄수록 구독자가 많을 것이다.


실제로 '출간'은 많은 구독자층의 '결과'값일 수도 있지만, 반대로 '원인'값이 되기도 한다. 브런치를 모르던 책의 독자가 브런치 독자로 유입될 수도 있고, 이미 '출간 작가'라는 사실 자체가 강력한 후광효과로 작용하여 작가의 프로필을 더욱 강화시켜주기도 한다. 사실 출간보다 더 강력한 후광효과는 브런치 자체에서 밀어주는 경우인데, 브런치에서 주최하는 '브런치 북 공모전'에 당선되거나 '추천 '에 선정되는 경우, 그리고 최근 많이 하는 '카카오톡 플러스 친구 대상 푸시' 글에 선정되는 것이다. 실제로 내가 뽑은 풀의 작가님들은 이미 출간 이력이 있을 뿐 아니라, 브런치 '추천 작품'으로 한 번씩은 선정되었었고,  일부는 브런치 북 '공모전'에도 수상한 이력이 있었으며, 확실히 브런치가 주최한 공모전에 당선되어야 구독자 수는 만 명대로 진입하는 듯한 패턴을 보이기도 한다. 실제로 글 수 대비 구독자 수가 월등히 많은 (=글 효율이 좋은) 상위 두 작가분은 브런치 추천작 선정과 공모전 당선 둘 다의 이력이 있었다. 아직 출간 이력도, 브런치가 밀어준 적도 한 번 없는 나의 글 효율이 그들과 어느 정도는 비견해 볼만한 수준이라는 것은 일견 고무적이기도 하고, 동시에 브런치의 눈에 좀 더 띄는 방법 역시 전략적으로 연구해볼 가치가 있나 싶기도 하다.  

활동 기간이 길 수록
구독자가 많아질 것이다.


활동 기간이 길어질수록 노출의 기간이 길어지는 것이니 비례하여 구독자가 많아지는 것은 당연한데, 선형적으로(linear) 증가하는 것이 아니라 복리처럼 어느 순간 급증하는 커브를 그릴 것으로 예상을 해 보았었다. 실제로 나의 구독자 수도 초반이나 지금이나 같은 속도로 증가한 것이 아니라 어느 순간부터 아무것도 안 해도 계속 꾸준히 증가하게 된 변곡점이 있었기 때문이다. 일단 다른 작가님들의 활동 기간은 나와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평균 4.8년의 구력을 가지고 계셨다. 플랫폼의 비교적 초기부터 꾸준히 글을 써 온 덕에 추천될 기회도 비교적 일찍 얻고 독자층도 빠르게 확보하신 것이 아닐까 조심스레 짐작해본다. 그리고 특출나게 다작을 하시는 한 분을 제외해도 최소한 다들 나의 두 배 이상씩은 쓰시고 계셨다. 결론적으로 내가 지향하고자 하는 준거 집단으로 설정한 작가님들 대비 나의 활동 역사는 1/3 가량 짧고, 글 작성 속도는 2배 이상 더딘 상태이다. (사실 다른 주제의 글은 현재 블로그에 쓰고 있기 때문에 글 자체를 수량적으로 생산하고 있는 상태는 아니긴 하다.)

결론적으로,

나의 이 모든 가설들은 결국 그 어떤 것보다도 '노출'의 힘이 가장 크다는 나의 마케팅적 기본 사상에 기반한 것이다. 1) 글의 개수가 많아질수록 비례하여 작가가 노출될 계기가 많아진다. 2) 무엇보다 플랫폼을 이용하는 자들은 이 플랫폼을 신뢰하기 때문에 추천이나 수상의 힘은 엄청날 수밖에 없으며, 출간 사실 자체가 또 더욱 신뢰를 주게 되는 순환고리이다. (소위 믿고 보게 됨) 3) 활동하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구독자 기반이 점점 확장되고 노출 가능 기간도 길어지니 복리 효과로 노출될 수 있는 가능성 역시 급증할 수 있다. 역시 가정들은 대충은 맞으면서도 또 꼭 그렇게 산술적으로 딱딱 떨어지는 것은 아니었다. 결국 분석이네 뭐네 하지만 이렇듯 결론이란 건 대부분 모두들 알고 있는 뻔한 이야기로 귀결되고 만다. 다만 분석이라는 것은 그 뻔함을 실증적으로 까서 확인하는 작업이었을 뿐. 그리고 이를 통해 ''가 건질 수 있는 시사점은 "글을 일단 무조건 많이, 꾸준히 쓰고, 공모전 등 다량 노출 기회를 더 노려볼 것" 정도 되겠다. 역시 뻔하다.



여전히 대부분의 구독자는 도대체 왜 나를 구독하는지, 그리고 구독 한 번 클릭한 뒤 실제로 내 글을 한 편이라도 기는 하는지, 내 글이 혹시 시간 낭비했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지 않는지에 대한 힌트를 전혀 주지 않는다. 그저 나는 홍수처럼 쏟아지는 이 컨텐츠 과잉의 세계에서 적어도 노이즈 같은 생산자는 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내 한 편의 글이 읽는데 평균 1분짜리라면 이제 그건 더 이상 1분의 무게가 아니라 1,001분, 달리 말해 세상의 아주 소중한 16.7시간이라는 뜻이니까.


물론 나는 천 명이든 만 명이든, 그 숫자 때문이 아니라, 진심으로 내 글과 생각이 궁금한 진정한 독자가 한 사람이라도 있다면 글을 쓸 이유는 충분하다고 생각하기에 오늘도 짬을 만들어 키보드를 두드본다.


저의 부족한 글을 보고 구독까지 해 주독자님들, 댓글 한 줄, 라이킷 한 번씩이라도 남기고 지나가신 모든 분들께도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


PS. 위의 표에서 인용된 데이터들은 2020.8.18 브런치 공개 숫자 기준으로 작성되었음을 밝힙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버틴다고 달라질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