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1월 결혼
세 번의 이사, 네 번째 신혼집.
이 정도면 신혼집이란 표현은 틀렸나 싶다.
대략 5년의 결혼 기간 동안 우리 부부는 총 3번의 이사를 경험했고 현재 네 번째 집에 살고 있다 (정착이란 표현을 안 쓴 이유는 언젠가 또다시 이사를 갈 수 있기 때문..)
놀랍게도 현재 살고 있는 곳을 제외하곤 모두 자가였다.
첫 신혼집은 최소 10년은 살 생각으로 구축 아파트를 뼈대만 남겨놓고 아주 싹 바꿨다. 우리 취향대로
허나, 하나의 큰 단점으로 인해 그 집은 정확히 6개월 뒤에 처분하게 되었고, 다른 보금자리로 이사를 가게 되었다.
두 번째 집은 모든 게 만족스러운 듯했다. 그 사이 우리 부부는 세상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아이 둘도 품에 안게 되었다.
꽤 조용한 동네라 귀여운 아이들도 키우며 무탈하게 지냈으나 어쩌다 하게 된 지방 아파트 투자로 인해 정말 어쩌다 지방살이를 하게 되었다
두 번째 집으로 이사를 간지 약 2년 6개월 뒤의 일이다
가진 거라곤 긍정적인 마인드밖에 없는 나는 그곳도 꽤나 만족스러웠다
물론 뜬금없는 지방행이라 친구들과 멀어지고 외롭기도 했지만 거기서도 좋은 인연을 만들었으며 두 번째 살던 곳보다 훨씬 더 조용하고 깨끗하여 그 나름의 재미가 있었다.
여행온 기분도 나고 말이다
지방이긴 했지만 미취학 아동을 키우는 데에는 나쁘지 않은 곳이라 여겨 아이들이 초등학교를 들어갈 때까진 여기에 있을 작정이었다
하지만 그건 우리의 계획일 뿐
놀랍게 그곳에 거주했던 시간은 단 4개월...
정확히 4개월 뒤에 또다시 우리는 수도권으로 이사를 왔다
수도권에 작은 사업을 벌였기 때문이다
정말 적으면서도 이게 맞나 싶을 정도니 해도 해도 너무 하긴 했다.. 이사를 하며 도대체 길바닥에 버린 돈이 얼마인지....
하물며 구매한 인덕션은 몇 대이며, 에어컨, 인테리어 가구 등등..
물론 우리 부부라고 아무 생각 없이 집을 샀다 팔았다 하며 이사를 다닌 것은 아니다
핑계를 대자면 오히려 너무 생각이 많아서랄까..
첫 번째 집은 너무도 큰 하자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이사를 하게 되었고, 두 번째부터는 부동산 투자, 그리고 그다음은 사업.
우리의 인생 목표는 최대한 빨리 경제적 자유를 얻어 네 식구 오순도순 잘 살기 그 하나일 뿐인데 그것을 달성하는 과정이 역시나 쉽지는 않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아직까지 돈이 마이너스가 아니라는 것. 아니 플러스라는 것
그것이 3번의 이사가 우리에게 남겨준 보상이 될 수 있겠다
여기까지가 정량적 평가라면 이제 정성적 평가를 들여다보아야겠다
그래서 3번의 이동을 하면서의 우리 아이들에게 미친 영향은 무엇일까
놀랍게 우리 첫째는 기관생활 약 20개월간 네 번의 어린이집 이동 (유치원 입학 포함)이 있었다
1년을 꾸준히 다닌 어린이집이 없으며 3월 신학기 입소를 해본 적 또한 없다
첫째가 이러한 상황이니 둘째는 말할 것도 없겠다
정확히는 들여다볼 수 없으나 잦은 이동으로 인해 아이들에게 상처를 준 것 같아 늘 미안한 마음이다
우리 부부는 학창 시절부터 각자 이동수가 많았다.
듣자 하니 신랑도 학창 시절 이사를 많이 다녔었고, 나 또한 학창 시절을 중국에서 보내며 큰 이동이 있었고 그 후로도 대학 생활을 하며 잦은 자취 및 통학, 교환학생 등등 말로 다 못할 지경이다 ㅎㅎㅎ..
통학, 자취, 기숙사, 홈스테이, 고시텔
살 수 있는 주거 환경은 다 살아본 듯하다
그렇게 20대를 보내고 결혼 후에는 정말로 정착하고 싶었다. 나도 다른 이들처럼 한 곳에서 진득이 지내며 동네 친구랑 산책, 맥주 한 잔 이런 거 즐겨보고 싶었다
신랑도 나와 마찬가지였고 그래서 우리는 첫 신혼집을 무리하여 매매했지만 어째서인지 우리에게 "정착"이란 단어는 어울리지 못했다
이런 걸 역마살이라 하는 걸까
역마살(驛馬煞)은 살의 일종으로, 한 곳에 정착하지 못하고 강제적으로 여기저기 돌아다니게 되는 운명을 지칭하는 말이다.
-출처 나무위키
돌이켜보면 나의 역마살은 나에게서 시작된 것이 아니다
우리 부모님을 보면 역마살은 유전 인가 싶다
앞서 말했다시피 결혼 전 나는 나의 본가족과도 이사가 잦았고, 심지어 아빠는 현재도 베트남에서 주재원으로 근무를 하고 계신다
이것만 봐도 얼마나 우리 집이 "정착"을 못하는 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잦은 이동으로 인해 생긴 장점이라면 첫 번째는 단연 "적응력"이다
우리 가족은 중국 생활을 거쳐 타지살이를 아주 많이 해왔기 때문에 타 지역으로의 이동에 대한 거부감이나 두려움이 없다
오히려 그러려니 하는 입장이랄까
아무튼 어떤 새로운 모임, 새로운 장소에서도 우리는 빠른 적응력으로 그곳의 분위기, 사람들과 쉽게 어울릴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두 번째 장점은 "가족의 결속력"을 꼽을 수 있겠다
아무래도 모두에게 진득한 고향 친구가 없다 보니 가족들과 보내는 시간이 늘어나고 자연스레 서로에게 의지하게 된다
동네친구가 없으니 주말이면 늘 가족들과 함께 동네 여기저기를 다니며 구경하고 맛있는 걸 먹으러 다닌다
사춘기가 지나고 성인이 되어 취직을 하면 이제 가족들은 뿔뿔이 흩어진다는데 우리는 되려 결혼 전까지 꼭 붙어살았다
그 덕에 결혼 전까지도 우리 가족은 함께 9번의 해외여행을 즐겼다. 국내여행은 뭐 말할 것도 없다
세 번째
각 도시에 대한 이해도
경상도, 충청도, 경기도, 서울특별시
내가 지금껏 거쳐온 곳들이다
그 지역에 대한 특성을 정확히는 파악하진 못했더라도 뜬금없는 지명을 듣더라도 '여기쯤 있구나'라는 감이 생겼달까?
그리고 각 도시에서 유명한 관광지라든지 맛있는 음식이라든지
그런 것들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졌다
이 정도면 그래도 나름의 수확이 있는 이동수, 역마살이라 생각한다
나 스스로도 역마살이 나쁘다는 생각을 하지 않기도 하고
추이를 보자면 역마살은 유전이 되는듯하고..
아마 우리 아이들도 우리의 발자취를 따라 많은 이동수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그 또한 어쩌리
우리의 운명인 것을
역마살 잔뜩 낀 우리 부부
우리 부부는 언젠가 아이들과 함께 세계일주를 계획하고 있다
세계일주로 역마살의 끝판왕을 찍어볼 생각이다
그리고 늘 그렇듯 어디에 있든 그곳에서의 우리를 만들어 갈 것이며 또 다른 목표를 위해 한 걸음 나아가는 발걸음이 될 것이다.
그 어떠한 것보다 끈끈한 가족애로 다져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