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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뽀니 Aug 18. 2020

조드푸르, 진짜 김종욱 찾기 도시에 도착했다.(1)

현실판 김종욱 찾기 Ep.3

무려 37시간의 버스를 달려 드디어 인도 여행의 첫 도시인 조드푸르에 도착했다.

조드푸르는 내 글의 제목이기도 한 영화 '김종욱 찾기'의 배경지이다.


파란색의 건물이 많아 블루시티라는 이름으로 불리기도 하는데, 과거에는 파란색을 귀한 색으로 여겨 몇몇 상위 계층의 귀족들이 과시용으로 집 외벽을 파란색으로 칠하였다.

그러나 지금은 계급이 사라지고 귀족이 아닌 일반인들까지 과거 파란색의 명성을 누리고자 집을 파란색으로 색칠하였고 아름다운 블루시티(Blue City)를 형성하였다.   



계층이 사라진 지금, 너도 나도 파란색으로 외벽을 칠한 집들






남인도 벵갈루루에서 출발한 우리는 처음으로 북인도 조드푸르에 발을 내디뎠고 그 차이는 서울과 부산 즈음이라고 생각했던 나는 완전히 틀렸다.


하긴, 시간으로만 봐도 서울과 부산은 차로 5시간, 남인도와 북인도는 37시간인데 어떻게 같을 수 있겠나.



벵갈루루에서는 볼 수 없었던 길거리를 누비는 희귀한 동물들, 옆사람의 목소리도 듣기 힘들게 만드는 차원이 다른 오토바이의 클락션 소리.




우리가 지내던 벵갈루루가 진짜 인도라고 생각했던 우리는 말 그대로 우물 안 개구리였던 것이다.

이곳이야 말로 진짜 인도였고, 벵갈루루는 한국의 이태원 즈음이었던 것이다.



뒤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남인도 중 '벵갈루루' 지역은 인도의 실리콘밸리로 HP, Intel, IBM, Infosys, Wipro와 같은 세계적인 기업들을 포함한 IT 기업의 80%(2160개)가 모여 있으며, 세계에서 4번째로 큰 IT 클러스터를 형성하고 있는 곳이라고 한다.

말 그대로 꽤 잘 사는 동네인 것이다.






어찌 됐든 조드푸르 기차역에 내려 무거운 짐들을 풀기 위해 숙소로 향했다.


휴대폰은 있지만 와이파이는 꿈도 꿀 수 없었던 우리는 모든 것을 두꺼운 여행 가이드북 하나에만 의지하여 다녔고, 책에 나와있는 지도대로 숙소를 향해 뚜벅뚜벅 걸어갔다. (w/ 인간 내비게이션 남자 친구 (지금의 남편))


숙소로 향하는 길, 개인지 소인지 모를 동물이 사람이 다니는 길에서 떡하니 단잠을 즐기고 있다.






                                                                                                                                                                                                                                                                                                        

        

 조드푸르의 숙소, 고빈드 호텔.                                                       37시간을 버스에서 보내다 처음 방문을 여는 순간





며칠 만에 들어가는 숙소인지

방문을 여는 순간, 벌써 이틀간의 버스에서의 피로가 풀리는 기분이었다.


숙박비는 1박에 Rs.500

현재 가치로 원화 약 7,900원이니 2014년 당시로는 약 5,000원 안팎이었던 것 같다.

우리는 숙소에 많은 돈을 투자하지 않았다.(인도 물가가 원래 저렴한 것도 한몫)

젊었을 때 고생은 사서도 한다는 말이 있듯이 고급스러운 잠자리보다는 돈을 아껴 하나라도 더 보고 더 먹는 경험을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방문을 열고 들어간 숙소에는 침대 하나, 그리고 먼지가 켜켜이 쌓여 작동하는 게 신기할 정도인 에어컨 하나.

이게 전부였다.


몸을 웅크리고 긴 밤을 지새우던 버스에서의 기억을 떠올리면 이것 또한 너무도 감사했다.

두 다리 쭉 뻗고 누울 수 있는 침대, 시끄러운 기계음을 자랑하며 아주 가끔 시원한 바람을 내보내 주는 에어컨.

그 두 개면 꿀잠을 자는 데에 충분했기 때문에.


아, 그리고 소중한 내 짐들을 맘 편히 둘 수 있는 공간과 열쇠도 있으니 100점짜리 숙소였다.





 



시원한 물을 벌컥벌컥 들이킨 후 꼬박 48시간 만에 샤워를 했다.

48시간 만에 처음 하는 세수라 굉장히 남다른 기분일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평범했고 감흥은 없었다.

이래서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라고 하던가..





우리는 아주 깔끔해진 몸과 함께 깨끗한 새 옷으로 갈아입고 숙소 밖을 나섰다.

배가 고파서 뭐라도 먹어야 했다.



처음으로 도착한 곳은 오믈렛 샵.

이 곳은 영화 '김종욱 찾기' 촬영을 하던 배우 공유가 실제로 들렀던 곳으로 유명한 곳이다.




2012.12.19 실제 공유의 친필 방명록도 볼 수 있었다.


오믈렛 샵 사장님, 외국인 커플 손님과의 기념사진                                     음식은 대부분 Rs.30 ~ Rs.50 (원화 400원~700원)



오믈렛의 가격은 너무도 착했고 맛 또한 너무 좋았다.

지금도 생각나는 친절 하디 친절한 붉은색 머리칼의 오믈렛 샵 할아버지 사장님.

너도 나도 프렌드라 주장하는 외국인 친구들.



부드럽고 촉촉하고 적당히 따뜻한 오믈렛과 새콤달콤하고 적당히 시원한 라씨 한 잔과의 첫 끼.



우리는 2,000원 안 되는 돈으로 아주 배부른 브런치를 즐겼다.






이번 여행 어쩐지 느낌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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