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거면 되는 거야!
오늘로써 5일간의 조카 돌보기가 끝이 났다. 언니가 일을 시작했기 때문에 이번 주 어린이집 방학을 맞은 조카는 아침마다 친정엄마네로 등원을 했다. 첫날은 엄마랑 떨어지기가 무섭게 울어대는 녀석 때문에 친정엄마는 달래다 못해 우리 집으로 조카 녀석을 안고 오셨다. 등교하던 큰 딸, 아침 먹던 작은 딸 모두 우는 아이를 달랬고, 언니들 덕에 엄마도 잊고 첫날은 그럭저럭 잘 놀았다. 둘째 날은 늦잠을 자서 결국 엄마랑 같이 데리러 갔는데 현관문 앞에서 재택근무 중인 형부한테 "아빠도 같이 가요." 울먹울먹. 그래도 물총 사러 가자는 말에 엘리베이터 내려와서부터는 눈물 뚝이었다. 삼일째 되던 날부터는 "엄마 다녀오세요." 하는 녀석. 그러나 언니들도 오전엔 온라인 수업도 들어야 하고, 숙제도 해야 하니 심심할 것 같아 하루는 어린이 박물관 예약을 해서 다녀오고, 마지막 날인 오늘은 또 뭘 해줘야 하나 고민하다가 풍선 한 봉지를 사 가지고 가서는 열심히 불고 던지고 놀아줬다.
오랜만에 어린 조카랑 시간을 보내는데 문득 우리 아이들 요맘때가 생각이 났다. 내가 하고 싶은 건 다 미뤄두고 아이가 하고 싶은 것들 위주로 아이를 위한 것들 위주로 살았던 시간들. 즐겁긴 해도 참 답답하기도 했던 시간들. 그때 나는 오늘 하루는 이렇게 보냈는데 내일은 또 뭘 하며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줘야 할지 끊임없이 고민했다. 그런데 지나고 나서 보니
'그때 그러지 않았어도 괜찮았는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은 오늘 하루 새로운 것을 해서, 엄마가 뭔가를 많이 고민하고 제공을 해서 즐거운 게 아니었는데...
그냥 엄마랑 함께인 시간이었어서 즐거웠던 것인데...
'너희 어릴 때 여기 갔던 거 생각나? 너 어렸을 때 엄마가 이런 거 해줬잖아. 그래서 이렇게 하고 놀았는데...'
하지만 아이들이 또렷이 기억하는 것 몇 안 되는 일들 뿐이다. 사진 속의 모습을 보며 그랬나? 싶은 것들.
그러나 기억하지 못하더라도 엄마와 함께 한 시간들은 온전히 아이가 자라는데 아이 마음속에 녹아 있다고 믿는다. 그거면 되는 거다.
요 며칠 조카한테 엄마를 빼앗겨 섭섭함이 두둑해진 둘째가 어제 잠자리에서 그동안의 불만들을 털어놓더니만 울음도 터져버렸다. 덩치만 컸지 아직 마음은 아이라 28개월 사촌 동생을 온전히 그 나이의 아가로 바라보는 건 힘든가 보다. 이래저래 달래며 그래도 너는 언니도 있고, 엄마가 일을 한다고 따로 맡겨놓았던 적도 없으니 감사할 일이지 않느냐 결론을 짓고 재웠다. 엄마가 회사를 다니면 어떻겠냐는 말에 두 손을 들고 절대 안 된다고 하던 두 딸내미들. 그래! 최대한 너희 곁에 필요한 동안은, 엄마가 해줄 수 있는 한, 뭐든 다 해주도록 노력 하마. 우리 엄마가 나한테도 여전히 그런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