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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고 Mar 13. 2017

Vis ta Vie(네 삶을 살아라)

영화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

                                                                                                                                 

어릴 적 부모의 죽음을 목격하고 말을 잃은 채 살아가는 폴(귀욤 고익스). 

폴은 두 이모와 함께 살며 피아노를 연주한다. 

두 이모는 그를 피아니스트로 만들고 싶어 하지만 현실은 두 이모가 운영하는 댄스 교실에서 반주를 하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폴은 같은 건물에 살고 있는 마담 프루스트(앤 르 니)의 정원에 들어가게 된다. 

마담 프루스트는 폴에게 잃어버린 기억을 되돌려주기로 하고, 폴을 자신의 정원으로 초대한다. 

자신이 만든 특별한 차와 음악을 통해 그 사람이 원하는 기억 속으로 돌아갈 수 있게 만들어주는 마담 프루스트.

폴은 매주 목요일 그녀의 정원에서 자신의 부모님에 대한 기억을 떠올리게 된다.

정원사가 되고 싶었다는 마담 프루스트는 우쿨렐레를 연주하는 것과 식물들을 좋아한다. 그리고 누군가의 이루지 못한 꿈과 잊을 수 없는 기억을 응원해준다. 처음에는 약간 괴짜처럼 보였지만 점점 그녀의 따뜻한 마음이 약간 심술궂게 보이는 그녀의 표정 속에 녹아나는 것이 보였다.           

마담 프루스트의 차와 마들렌, 그리고 음악을 통해 아기 시절 자신이 봤던 엄마에 대한 기억을 찾게 되는 폴. 

하지만 한편으로는 아버지에 대한 기억에 괴로워한다. 

자신을 너무나 사랑했던 아름다운 엄마와 그에 반해 소리 지르는 것이 마지막 기억으로 남은 아버지.

폴은 기억을 찾으며 행복해하지만 또 불행해하고, 마담 프루스트는 그런 폴이 안타깝기만 하다.                         

이 영화는 전체적으로 조금 이상하다(?)고 표현할 수 있다. 

주인공인 폴은 항상 멍한 표정만 짓고 있고, 대사 한 마디가 없다. 

두 이모도 어딘가 우스꽝스러우면서 이상하고, 폴을 아기 취급한다. 

폴의 기억 속에 엄마, 아빠, 이모들이 뮤지컬 형식으로 등장하는 부분은 코미디 영화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늘 마지막에 사랑이 넘치는 얼굴로 폴을 바라보는 엄마 '아니타'의 모습에서 나도 폴처럼 행복한 표정을 짓게 된다.                                                                                                                               

마담 프루스트가 되찾아 준 기억들을 통해 폴은 자신이 그동안 아버지를 오해하며 살았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서로를 엄청 사랑했으며 폴 역시도 사랑했다는 것을. 

그 기억을 되찾은 폴은 더 이상 아버지를 미워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대신 자신의 평생을 함께 한 피아노를 놓게 된다. 

피아노가 자신의 부모를 빼앗아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폴은 사실 자신의 삶에 대한 의지가 없었다. 그저 두 이모가 바라는대로 움직이며 살아왔다. 

하지만 마담 프루스트를 만나며 자신의 삶을 되찾게 된다. 

그녀가 전해준 것은 단순히 차와 마들렌, 기억이 아니었다. 

어떤 기억은 단지 과거로 남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를 살아갈 힘이 되어준다는 것을 그녀는 알았던 것이 아닐까.

행복한 기억, 혹은 행복하지 않은 기억이라도 소중한 기억은 살아가는 힘이 된다.


나에게도 마담 프루스트의 정원에 갈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면 나는 어떤 기억으로 돌아가고 싶을까. 

어떤 음악과 어떤 사람들이 존재하는 기억. 

그 기억 속에서 나도 폴처럼 나를 사랑이 가득한 눈빛으로 바라봐주는 사람을 만나게 될까.


무엇보다 마담 프루스트가 만든 마들렌이 너무나 먹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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