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걸어도 걸어도>
10년 전 물에 빠진 소년을 구하기 위해 바다에 들어갔다 목숨을 잃은 장남 '준페이'의 기일을 맞아 모인 가족들.
부모님 집에 들어와서 살 기회를 노리는 붙임성 있고 능글맞은 딸 부부와 손자 손녀.
무뚝뚝한 차남 료와 남편과 사별하고 료와 재혼하게 된 유카리. 그리고 유카리가 데려온 아들.
오랜만에 작은 시골집이 북적거린다.
부모님에게 무뚝뚝하기만 한 아들 료.
아마도 형만큼 하지 못한다는 자격지심 때문에 더 툴툴거리는 것이 아닐까 싶었다.
이제는 늙어버린 아버지를 조용히 바라보는 아들.
그렇다고 그런 아버지를 위해 어떠한 따스한 말을 건내지도 않는 아들.
우리가 흔히 영화 속에서 기대하는 극적인 화해와 사랑에 대한 깨달음은 이 영화에 없다.
하지만 영화를 보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런 게 가족이지.
그냥 같이 길을 걸으며 별로 중요하지 않는 이야기에 함께 웃고,
내일 다시 같이 그 길을 걸을 것처럼 헤어지는 것.
아니라고 말해도
서로에게 서서히 스며드는 것.
걸어도 걸어도
그저 같은 길의 반복인 것 같지만
그럼에도 함께 계속 걷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