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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고 Sep 23. 2017

그래도 혼자보다는 함께

KBS 2부작 드라마 <개인주의자 지영씨>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적당한 거리가 필요하다고 믿는 '개인주의자' 지영씨(민효린).

704호에 살고 있는 지영 씨는 옆집인 705호에 사는 '관심병 환자' 벽수 씨(공명)와 계속 부딪히게 된다.
혼자 있는 걸 도무지 견딜 수 없어하는 벽수와 혼자 있는 게 제일 편한 지영은 만나면 싸우기만 하지만 그러는 과정에서 공통점을 찾게 된다.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보이지만 사실은 두 사람 모두 커다란 외로움과 함께 해왔다는 사실을.                                                    

비슷한 아픔을 가지고 있지만 서로 다른 모습으로 살아가는 두 사람.

상처받지 않기 위해서 다른 사람들과 벽을 치고 살아가는 지영과 상처받지 않기 위해서 자신의 모든 것을 퍼주다 '호구'라고 불리는 벽수.
정신없고, 모든 사람에게 바보처럼 친절한 벽수보다는 오히려 자신이 불편하지 않다고 느끼면 개인주의자로 살아가는 지영이 나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지만 드라마를 보면서, 사람을 결코 혼자 살아갈 수 없다는 것을 더 많이 느꼈다.
혼자 살아갈 수 없는 세상에서 혼자여서 괜찮은 사람은 어쩌면 없을지도 모르겠다. 괜찮은 척하는 것이거나 괜찮은 척하다가 정말 괜찮다는 착각 속에 빠져버린 것일 뿐.

누군가 자신을 찌르려고 하는데 가만히 있을 사람이 어디 있냐고, 먼저 찔러야 한다고 말하는 지영의 대사가, 그리고 함께 나오는 대사들이 너무 세다고 생각하면서 한편으로는 더 아프게 다가왔다.

지영이 아무렇지 않게 내뱉은 독설들이 물론 여러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지만 마치 손잡이가 없는 칼을 쥐고 누군가를 찌르는 것처럼 그녀 자신도 상처 입고 있지 않았을까.

세상에서 가장 강한 척 하지만 사실 세상에서 가장 여리고 겁이 많은 사람이라는 것을.

개인주의자 지영씨는 사실 그런 사람이었다는 것을.

우리는 그런 사시을 모르고 이상한 사람으로 치부하며 세상에 많은 지영씨들에게 또 상처를 입힌 것은 아닐까.

무거울 수도 있는 소재를 코믹하게, 하지만 가볍지 않게 풀어내서 참 좋았다.

서로의 아픔을 바라보는 것도, 사랑하는 모습도 너무나 예뻤다.


그래도 혼자보다는 함께 있는게 서로의 어깨에 기댈 수 있는게 얼마나 행운인지를 알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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