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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고 Oct 29. 2017

현실과 사랑 사이

드라마스페셜 <혼자 추는 왈츠>

함께 수업 듣던 남자 친구에게 차이는 바람에 혼자 왈츠 시험을 봐야 하는 민선(문가영). 그런 민선에게 건희(여회현)가 손을 내민다.
그렇게 만나기 시작한 두 사람은 행복한 대학시절을 보내지만 취업 전선에 뛰어들면서 조금씩 어긋나기 시작한다.
대기업에서 인턴으로 일하며 정직원이 되려고 안간힘을 쓰는 민선과 중소기업 영업직으로 일하며 일에 적응하지 못하는 건희는 각자의 현실에 지쳐 서로에게 상처를 준다.

사랑도 연애도 현실이 되어버린 두 사람. 만나도 데이트 비용을 걱정해야 하고, 사사건건 부딪힌다. 서로에게 가장 아픈 말들로 상처를 두고 돌아선 두 사람. 하지만 또 곧 상대방을 걱정한다. 함께 한 7년의 시간과 추억들은 두 사람을 놓아주지 않는다.

그러던 중 꿈만 같게도 민선과 건희는 같은 회사에 합격한다. 하지만 핑크빛 앞날을 꿈꾸던 것도 잠시, 최종면접이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화를 내고, 애원을 해도 민선과 건희는 너무나 필요한 취직자리를 놓칠 수가 없다. 그래서 결국 건희는 잘못된 선택을 하고 만다.

<결말 포함>
취직하면 내가 너 책임질게, 사랑해.라고 건희가 말했을 때 나는 민선이 너무 잔인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하철 계단에서 쓰러진 민선을 두고 건희가 혼자 면접장에 향했을 때 민선의 말이 맞다는 것을 깨달았다. 건희는 자신을 위해 민선에게 사랑한다고 말한 것이다.
하지만 과연 나였다면 어땠을까 생각하면 건희를 탓할 수만은 없다. 지방대생이라는 불안감과 망해버린 집. 같은 상황이지만 본인보다 좋은 대학을 나온 여자 친구. 주위의 시선, 사람을 한없이 작아지게 만드는 것들. 내가 먼저 잘 되면 민선을 더 잘 챙길 것이라고 건희는 생각했을 것이다. 분명. 그 순간의 악마의 속삭임을 이겨내지 못했을 뿐.

너무 잔인한 작품이었다. 지금 살아가고 있는 대학생들의 모습이 이와 같을 것만 같아서 무서웠다. 어떻게든 재계약되기 위해서 면접관의 성희롱적 질문에도 더 세게 대답을 하고, 닥치는 대로 원서를 넣어서 겨우 합격한 회사 그러니까 자기가 정말 원하던 회사도 아니었음에도 사랑하던 사람보다 취업을 선택하는 현실. 하지만 누가 주인공들을 비난할 수 있을까. 다른 사람이 잘 되는 것이 보기 싫고, 사랑하는 사람에게마저 그런 마음을 갖게 될까 봐 두려워하면서, 스스로를 괴물이라고 느끼며 살아가고 있는 것이 우리 모두의 모습인걸. 마음이 무거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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