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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고 Nov 12. 2017

돈이 진심입니다

영화 <침묵>

본 글에는 영화 결말이 포함되어 있으니 영화를 보지 않으신 분들은 주의해주세요!!


태산그룹의 회장 임태산(최민식)은 유명 여가수인 유나(이하늬)와의 결혼을 앞두고 있다. 완벽한 그의 인생에 문제가 있다면 유나와 자신의 딸 미라(이수경)의 사이가 별로 좋지 않은 것쯤. 하지만 그것도 유나의 노력으로 나아질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미라를 만나러 간다며 나간 유나가 누군가에게 살해당하고, 범인으로 미라가 지목된다. 사랑했던 여자와 자신의 딸. 태산은 최희정(박신혜)을 변호사로 고용하고 미라의 재판을 준비시키는 한편 자신 나름대로 그날의 진실을 알기 위해 유나의 사생팬이었던 김동명(류준열)을 찾는다.


영화가 진행되는 동안 재벌은 원래 저런 건가 하는 생각이 든다. 딸의 무죄보다 자신의 사업이 우선인 남자. 그래서 그가 자신의 고통을 호소할 때 모든 게 거짓같이 느껴진다. 특히 돈이 진심입니다.라고 말할 때. 돈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려고 하는 그의 모습이 생소하면서도 실제로도 저럴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동시에 들었다. 돈이 있으면 죄도 숨길 수 있는 세상이라는 게 단지 영화나 드라마 속 이야기는 아닐 거라고 생각한다.

물론 이 영화의 초점은 조금 다르다. 미라가 재벌의 딸이라서 죄를 은폐하려는 상황이라기보다는 일단 미라가 정말 유나를 죽였을까? 그 부분부터 의심이 든다. 증인석에 앉아서 화장기 없는 얼굴로 아무것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말하는 미라를 보면 그녀는 아무 죄가 없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그녀를 절대적으로 지지하며 진실을 찾아내려는 변호사 희정을 보며 숨겨진 진실을 함께 찾게 된다.

진실을 찾으려는 희정과 어떤 방법을 써서든 그 진실을 막으려는 태산. 고용주와 피고용주지만 희정에게는 그 사실보다 진실이 더 중요하다. 과연 진실은 무엇인지. 영화를 빨리 감기하고 싶은 심정이 된다...

그리고 결말은... 스포를 하지 않고는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다 마칠 수가 없다.

영화를 보지 않으신 분은 뒤로 뒤로.

영화에는 두 번의 반전이 있다.
첫 번째 반전은 류준열이 가지고 있는 CCTV 영상. 태산은 그 영상을 악착같이 빼앗으려고 하지만 결국 영상이 법정에서 공개된다. 유나를 친 차 운전석에서 나온 태산은 유나를 몇 번이고 죽인다. 그리고 법정에서 말한다. 마땅히 죽을 x이 죽은 거라고. 사람의 목숨 값이 다 똑같다고 생각하냐고. 법정은 술렁이고 나 역시 그가 숨기고자 한 진실이 이렇게 추악한 거였구나 고개를 저었다. 아니 진실보다 사람이 추악해서. 하지만 영화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영화의 두 번째 반전은 스마트폰과 열쇠에서 시작된다. 스마트폰에 찍힌 창고 사진과 열쇠 하나를 들고 진실을 찾기 위해 태국으로 떠나는 희정과 미라. 
태국 한 곳에 자리 잡은 커다란 창고 속에는 그날과 똑같은 모습의 주차장이 재현되어 있다. 
모든 것들을 치밀하게 계산해서 자신을 범인으로 만든 태산. 그날 주차장에 있던 차 한 대까지도 섬세하게 체크하고 미라와 유나의 대역을 손수 찾는 그의 모습에서 그가 법정에서 외치던 말들은 진심이 아니었음을 깨닫게 된다.
그제야 태산이 미라의 재판 중에 태국에 간 이유도, 태국에 가서 여자들이 춤추는 바에 앉아있었던 이유도 설명이 되면서 태산이 정말 딸 미라를 사랑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아버지란 것이 저런 것일까 하는 생각도. 만약 내가 죄를 지어도 내 죄를 뒤집어쓸 수 있다면 그렇게 하는 것이 아버지가 아닐까... 우리 아빠도 그러지 않을까... (절대 죄를 짓지 말아야지)

그가 말했던 돈이 진심이라는 말은 거짓이 아니었다. 그는 자신이 가진 것을 전부 다해 자신의 딸을 지켰다. 그게 돈이었을 뿐. 그가 만약 태산그룹의 회장이었기 때문에 스케일이 엄청 커진 것일 뿐. 
태산이 유나와 미라의 대역을 한 태국인들에게 구두를 선물하고, 배를 타고 떠나는 두 사람을 끝까지 배웅하는 모습에서 뭔가 마음이 울컥했다. 그 눈빛. 영화 속에서 보던 냉철한 회장의 눈빛이 아니라 정말 아버지 그리고 사랑했던 여인을 그리워하는 눈빛이라서.
2개의 반전을 보고 나니 영화 중간중간 끼워져있던 것들이 다 맞춰지는 느낌이었다. 희정을 굳이 변호사로 택한 이유, 자신이 교도소에 간 후에도 희정을 부른 이유. 동명을 유나의 집으로 데려갔을 때 한 행동들. 비서인 승길이 미라를 대하던 태도.  
영화를 같이 본 친구한테 마지막에 눈물이 찔끔 날 뻔 했다니까 그 정도는 아니었다고 하던데 나는 뭔가 마음이 무거웠다. 침묵이라는 제목도 무겁고, 마음도 무겁고, 아버지의 사랑이라는 것도 무겁다. 그치만 영화를 보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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