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철, <우리는 우리를 잊지 못하고>
여행을 갈 수 없는데 여행 서적이 나왔다. 작가가 여행했던 기억들을 묶어서. 이건 정말 누군가의 사소한 기억들인데 이렇게 함께 행복해질 수 있는 걸까. 오늘 한 번 더 김민철 작가에게 반하게 됐다.
김민철 작가의 신작이 나온 걸 보고 일단 샀다. 무슨 내용인지도 모르지만 그냥 작가가 좋고 제목이 마음에 드니까? 그리고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사놓은 책은 방치한다. 나는 빌린 책을 먼저 읽어야 하는 성격이고, 반납하면 바로 책을 또 빌려오니까 정작 돈 주고 산 책은 읽을 시간이 없다. 그래서 이 책도 긴 시간 책꽂이에서 방치됐다. 그러던 어느 날, 내가 듣는 팟캐스트에 김민철 작가가 나왔다. 직접 이야기를 듣고, 책에 대해서 듣다 보니 다시 이 책이 생각났다. 읽지도 않은 주제에 역시 잘 샀어, 기분이 좋았다.
그리고 무료한 주말. 하루 종일 책을 들고 잠들었다 깨어났다 밥도 먹고 핸드폰도 보며 책을 다 읽어냈다. 그리고 행복해졌다. 이걸로 김민철 작가의 책은 3권째인데 같은 책을 두 번 읽었고, 선물도 했고, 독서모임에서도 함께 읽었다. 그래서 이 책에 등장하는 사람들 중 몇은, 그리고 여행지 중 몇 곳은 이미 아는 것 같은 느낌이기도 하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오늘도 나도 이 작가처럼 살고 싶다, 여행하고 싶다, 사랑하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그런 생각을 하면 또 맘 한편 씁쓸해지지만.
서론이 너무 길었고. 이 책은 작가가 여행지에서 쓰는 편지 같은 형식으로 이루어져 있다. 예를 들어 친구들과 2008년 가마쿠라에 여행을 가서 남편에게 쓴 편지. 또는 여행지에서 만났던 할아버지, 식당 알바생 혹은 이름 모르는 식당 주인에게까지 쓴 편지. 작가는 이미 그 시간이 아닌 때가 되어버렸지만 마치 그 시간으로 되돌아간 것처럼 편지를 쓴 것이다. 그렇게 지난 여행들을 추억하는 것이고.
어떤 부분은 좀 너무 오글거린다,고 느껴지는 부분도 있었지만 그마저도 사랑스럽다고 해야 할까. 신나 보이고, 언제나 긍정적이고 에너지 넘쳐 보인다. 그리고 술을 사랑하는 진심이 느껴진다. 나도 맥주 맛을 알아서 작가의 말에 공감하고 싶을 정도. 술을 마시러 아일랜드까지 가고, 어느 여행지에 가도 술잔을 사고, 술 한 잔으로 행복해지는 그 단순함이 좋다. 그리고 그녀와 함께 행복해하고 있었을 그녀의 여행 메이트들, 특히 남편이 참 부럽다.
얼마나 다행인지요.
행복이 이토록 쉬워서, 이 정도로 쉽게 행복해지는 인간이 바로 저라서.
그녀의 행복을 엿볼 수 있어서 나도 함께 행복해진 기분이다. 여행을 떠나고 싶어진다. 그리고 어서 코로나에서 벗어나 작가가 여행을 하고 또 재밌는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좋은 부분이 너무 많은데 또 주절주절 쓰다 보니 제대로 담지 못한 게 아쉽다. 대신 책은 또 읽어야지. 그때도 또 행복해질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