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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olangPolang Apr 15. 2020

훈련이라는 이름의 폭력


타인의 언어를 배경 지식과 이해 없이 옮기면 전혀 다른 왜곡된 내용을 전달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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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을 교육하든 아이를 교육하든, 단답식 솔루션은 존재하지 않는다. 

피교육대상자에 따라, 환경에 따라, 상황에 따라 솔루션은 다를 수 있다. 

과학적으로 검증된 지식인도적이고 상식적인 테두리 안에서 도출할 수 있는 교육 방법의 다양성은 당연히 존재하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과학적으로 검증된 지식과 인도적이고 상식적인 테두리 안에 있는 한 말이다. 


그러나 다양한 솔루션을 허용한다는 말이 '수단 방법 가리지 않고 원하는 것만 얻어내면 된다'는 뜻은 아니다.

'다른 것'과 '잘못된 것'은 분명히 구분되어야 한다. 

‘잘못된 훈련법’은 경우를 막론하고 용인될 수 없다. 


뱉는 말은 삼류 코미디, 하는 행동은 폭력

반려견에 대해 모르는 사람이 들어도 듣는 사람이 민망할 정도의 비상식적인 설명, 황당하고 잘못된 정보가 넘쳐흐르지만 그것은 말을 뱉는 사람의 훗날 부끄러움 몫으로 남겨놓는다 치더라도.  

절대 사용해서는 안 되는 방법들, 해서는 안 되는 행동들, 무엇으로도 정당화할 수 없는 것들이 있다. 

절대 동물에게 해서는 안 되는 행동들이 미디어를 통해 ‘전문적인 훈련법’인 것처럼 대중들에게 전달되고, 시간이 흐르면서 그런 방법들을 사용하는 잔인성이 일반화되고 있기에 이것만은 그냥 넘어갈 수 없다.  


단순히 동물의 복지 차원에서 하지 말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피해를 입는 당사자는 바로 당신이다. 그리고 당신의 반려동물, 당신의 아이들, 당신의 이웃들이다. 

모두에게 심각한 피해와 트라우마를 남기기에 해서는 안된다고 말하는 것이다. 


미디어가 보여주는 동물 훈련 관련 영상에서  

강압적으로 개의 신체를 저지하는 폭력을 휘두르면서 '다 너를 위해 이렇게 하는 거다'라고 속삭이며 개를 쓰다듬는 모습은 그야말로 경악스럽다.  

이것은 전형적인 가정 폭력, 그루밍, 가스 라이팅 등에서 동일하게 나타나는 행동이기 때문이다. 

폭력을 휘두른 후에 다가가 "사랑해서 그렇게 한 거야" "너를 위해서 한 거야"라고 속삭이며 자기 행동을 정당화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폭력 범죄는 동물 학대에서 시작된다.

아동기에 동물을 학대한 경험이 있는 사람의 약 70%가 최소 1회 이상의 범죄를 저질렀으며, 그중 40%가 타인 대상의 강력 범죄였던 것으로 조사되었다. 

또한 강간범의 약 48%가 아동기에 동물을 학대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동물에게 그런 행동을 해도 좋다고 학습한 사람은 그 윤리의식을 그대로 타인에게 적용한다. - 장기적으로 진행된 여러 연구를 통해 밝혀진 사실이다. 


동물의 의사에 반하여 신체에 물리적 압력을 가하는 것은 

동물 훈련이 아니라 동물 학대에 해당한다. 


방송에 등장한 동물 학대에 해당하는 훈련법 몇 가지 사례를 예로 들면 다음과 같다.  

(그 외에도 정말 많았다만.) 

개뿐 아니라 모든 동물에 공히 해당된다. 

1. 개의 목덜미를 잡고 누르거나 들어 올리는 행동

2. 개의 목줄을 잡아 기둥에 매다는 행동

3. 개의 몸통을 눌러 저항하지 못하게 하고 기다리는 행동

4. 개의 몸을 사람의 다리 사이에 끼워 저항하지 못하게 하고 기다리는 행동

5. 개의 몸을 밀쳐내는 행동 (손/발/몸통 등으로 개를 밀어내거나 밀치는 행동) - 이런 훈련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블로킹은 그런 의미가 아니다. 

6. 개의 목줄을 바짝 쥐고 저지하는 행동 

7. 개를 코너로 몰아가는 행동 

8. 개를 걷어차는 행동 


이 방법들은 개농장, 애견샵 등을 운영하던 ‘개 장사꾼들’ (오토바이 뒤에 철장을 싣고 다니며 개를 잡으러 다니던)이 사용하던 것들이다. 

동네 개들을 무작위로 납치해 식용으로 넘기고, 수입 견종들은 번식시켜 애견샵에서 판매하는 것을 주업으로 하던 개 장사꾼들이 '낯선 사람에게 잡혀가지 않으려고 저항하는 개들'에게 물리지 않기 위해 자기 방어용으로 사용하던 방법들이다. 

개의 행동 변화를 위한 전문적 훈련법이 절대 아니다. 


열거한 사례 중 하나를 예로 들면 다음과 같다. (등장인물은 이 글과 무관) 

https://youtu.be/hpcNOwbRyOE

https://youtu.be/QXoQ72836SU


이와 같은 방법들은 

1) 비인도적이며 명백히 동물 학대에 해당한다. 

2) 이 방법들은 '학습된 무기력 (Learned Helplessness)'와 'Flooding'으로 이어진다. 

https://blog.naver.com/animalmind/90130942558

3) 효과가 없다. 이와 같은 방법들이 개의 행동을 변화시켜주지는 못한다. 

단언컨대 아무 의미도 효과도 없다! 

일시적이지만 즉각 행동을 중단하고 잠잠하게 만드는 효과는 있다. 살해당할 위협 앞에서 하고 싶은 말 다 할 사람이 누가 있을까? 죽느니 숨 죽이고 고분고분하는 게 낫다고 판단하게 마련이다.

이런 효과다. 우는 시어머니를 며느리가 어떻게 조용하게 만드는지 봐라.

https://youtu.be/ZcT3ZA7o4Nw

그러나 이것이 행동 변화를 가져오지는 못한다. 일시적인 공포 반응일 뿐이다. 

그래서 이런 훈련을 하는 훈련사들은 보호자에게 그 악행을 반복하도록 지시한다. 매일같이 협박하라고 그 역할을 보호자에게 맡길 것이다.  

일시적 효과에 비해 잃는 것은 너무나 크다. 

손상된 관계 --> 그것은 무엇으로도 회복되기 어려울 것이다. (영상 속의 저 순간에 며느리에 대한 시어머니의 신뢰와 믿음은 산산조각이 난 거다. 며느리를 평생 신뢰할 수 있는 사랑 넘치는 대상으로 두고두고 기억할 가능성은 없겠지.) 

4) 개를 좀비로 만든다

더 이상 물거나 짖지 않을지는 모른다. 그러나 편안해졌기 때문이 아니라, 머리에 총을 겨누고 협박하는 사람을 만난 공포의 경험이 학습되었기 때문이다. 

동물 인식 수준이 낮은 보호자는 ‘우울한’ 또는 ‘좀비 같은’ 반려동물을 선호하는 경향을 보이기도 한다. 

생기도 없고 스스로 뭔가 해보려는 의지도 전혀 없지만, 고분고분 심부름 잘하는 아이를 좋아하는 경우처럼. 

5) 분노를 제삼자에게 돌린다.

그저 좀비로 끝나기만 하지는 않는다.

그 분노, 공포의 경험, 경험했던 폭력성을 동물은 제삼자에게로 돌린다. 

다른 동물에게 자신이 당했던 그 폭력성을 고스란히 반복하거나 다른 사람, 보호자 또는 자기 자신에게 폭력을 행사한다.  

5) 시간이 지나면서 드러나는 역효과가 심각하다. 

그러나 그 시점이 되면, 이런 훈련법을 사용하는 훈련사들은 그것을 ‘보호자의 게으름과 무지’ 탓으로 돌릴 것이다.

무엇보다 이전 시점으로 돌아가기가 지극히 어렵다. 후회하기에는 너무 늦은 그 가슴 아픈 느낌을 알까?


영상에서 전문가가 우려하며 말한 표현 그대로 이러한 방법들은 그야말로 시한폭탄 (Ticking Bomb)이다.

그리고 실제로 미국에서는 그 시한폭탄을 방송에 출연했던 보호자들, 시청자들, 반려동물들이 고스란히 안았다.

해외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가짜 반려견 전문가는 쏟아져 들어오는 법정 소송으로 결국 파산하고 말았는데 그 이유가 바로 훈련 후 역효과였다.

그 (비상식적인) 훈련법과 조언으로 인해, 방송에 출연했던 반려견들이 이후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자 보호자들이 이 전문가를 사칭하는 가짜 훈련사에게 그 대가를 물은 것인데, 방송 기간이 길었던 만큼 소송 건수가 상상을 초월했다.

더 이상 남의 나라 이야기가 아니다. 한국에서 행인이나 산책하던 동물들에게 해를 끼치는 반려견들이 늘어나고, 반려견과 더 이상 편안한 산책을 할 수 없게 된 것은 우연이 아니다. 반려견들의 문제도 아니다.


아동, 여성, 성소수자 등에 대한 우리의 인식이 시대를 거쳐 성숙해져 왔고, 그 변화의 과정을 여러분도 일정 부분 경험했을 것이다. 

과거의 우리 인식 수준을 돌아보면, 당시에는 너무나 당연하게 하던 말과 행동들이 어느 순간 부끄럽게 느껴지지 않던가? 

동물에 대한 인식도 마찬가지다. 


방법이 무엇이었든 내 반려동물이 어떤 상처를 받든 내 반려동물이 어떤 처우를 받든 간에, 더 이상 짖거나 물지만 않는다면, 더 이상 나를 귀찮게 하지만 않는다면, 결과적으로 만족스러워할 보호자들도 분명히 존재한다. 

내 반려동물이 편안하고 행복해서가 아니라, 두렵고 아파서 더 이상 짖지도 보채지도 못하게 되었다고 해도 말이다. 


전 세계적으로 동물을 대하는 인식 수준은 시대에 따라 여러 단계를 거치며 성숙해왔다. 

그러나 누군가는 여전히 초기 단계에 머물고 있고, 누군가는 보다 성숙한 단계에 머물고 있다. 

위와 같은 류의 동물 훈련을 당연하다고 느끼거나 그 잔인함이 느껴지지 않는다면, 아직 과거의 인식 단계에 머물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감정적인 사랑과는 별개다.) 

인식 수준은 삶의 일정 시기가 지나면 고착되어 변화를 기대하기 어려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동물 장사꾼은 아마도 평생 장사꾼. 

동물 학대를 훈련이라고 부르는 그 인식 수준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 이 문제는 설명할 내용이 많고 긴 이야기가 될 것이므로, 별도로 깊이 있게 다시 나눌 것이다. 


동물의 언어를 제대로 읽지도 못하고, 동물의 행동을 자의적으로 잘못 해석하면서, 동물의 행동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발상은 어디에서 나온 것일까?

동물 훈련사이건 아마추어이건 간에 이와 같은 방법으로 동물을 대해서는 안된다. 

더더구나 동물의 행동변화는 ‘훈련’의 영역이 아니다. 

동물 훈련사는 동물의 행동 변화 (그들이 문제 행동 고치기라고 부르는)에 관여할 수 없다. 

 ‘동물 훈련사’들이 동물의 행동변화를 위해 필요한 전문 지식을 갖추지 못했으면서, 함부로 문제행동을 바꾸어준다며 동물과 가족들에게 깊은 트라우마를 남기고 있기에, 그것을 막기 위해 선진국에서는 그간 여러 장치들을 마련해왔다. 

돈벌이가 되는 한 그러한 사람들은 계속 존재하겠지만. 

보호자들의 인식이 성숙하는 것만이 결국 답이 될 것이다. 


보호자인 여러분. 

최소한 이것 하나만은 기억하자. 

교육에 참여하고 있는 동물이 스트레스 시그널을 보내고 있다면, 그것은 올바른 교육이 아니다. 

당신이 칼날 위에 서서 미적분 문제를 풀 수 없다면, 반려동물에게도 그것을 요구하지 마라.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반려동물을 바라보며, 이것이 교육이라고 말할 전문가는 이 세상 어디에도 없다.  

당신은 반려동물의 유일한 변호인이자 대변인이다. 

반려동물의 간절한 외침을 외면하지 마라. 


동물복지의 선진국이었다면 동물 학대로 고발되어 발 붙일 곳이 없었을 이러한 방법들이 여전히 통용되는 사회가 있다는 것이 마음 아프다. 

위와 같은 방법들은 어떤 경우에도 절대 용인될 수 없음을 기억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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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물행동심리연구소 폴랑폴랑

    국내 최초/국내 유일의 국제 인증 반려동물 행동심리 전문가  

    저서 <당신은 반려견과 대화하고 있나요?> 

    반려동물의 감정(Feeling)과 니즈(Needs)에 공감하는 교육을 알리며 

    반려동물 교육 문화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는 

    동물행동심리연구소 폴랑폴랑의 대표로 

    동물과 사람이 서로가 서로를 치유하는 세상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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