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 서열, 고양이 서열 - 잘못 알려진 상식
강아지 서열, 고양이 서열 - 강아지, 고양이에게 서열은 없다
'서열을 유지하려면 내가 먼저 식사를 하고, 반려견에게 음식을 주어야 한다'
'문을 나설 때 먼저 나서야 반려견이 당신을 리더로 존경한다'
'고양이들이 서열 정리가 되지 않아 싸움을 한다'
'보호자는 무리의 리더,. 알파가 되어라'
'서열, 복종, 알파'등의 잘못된 개념은 미디어를 통해 전 세계로 퍼져나갔고, 분명한 원인을 찾을 수 없는 질병을 모두 '스트레스의 탓'으로 돌리듯, 많은 훈련사들에게 서열 이론은 개나 고양이에게 강압적인 훈련을 할 수 있는 근거, 면죄부가 되어주었다.
개나 고양이가 버릇없는 행동을 하는 것은 서열을 제대로 알려주지 않았기 때문이므로, 정확히 누가 알파인지 서열을 정확히 알려주어 복종시켜야 한다는 설명으로 그들의 훈련법은 정당화될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식처럼 퍼져버린 '서열'이라는 개념은
여전히 우리 주변을 유령처럼 맴돌며, 수많은 반려동물을 할퀴고, 가족들의 삶을 피폐하게 만들고 있다.
도대체 이 '서열'이라는 개념은 어디에서부터 시작된 걸까?
독일군이 군견을 훈련하던 1900년대 당시는 동물의 행동심리나 개에 대한 연구가 미흡했다.
따라서 그들은 모든 것을 엄격하게 통제하고 명령에 따르는 군대의 시스템을 그대로 군견 훈련에도 적용하였다. 명령에 복종하지 않는 개는 복종을 거부하는 군인이 그러하듯이 가차 없이 벌을 받아야 했다.
그런 그들에게 '서열'은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하기에 더없이 반가운 개념이었을 것이다.
서열 및 알파(Dominance, alpha)라는 개념을 신봉하는 훈련사들이 그 주장의 근거로 활용해 온 최초의 논문은 1947년 루돌프 쉔켈 (Rudolph Schenkel) 박사의 “Expressions Studies on Wolves”이었으며,
1970년 야생동물학자인 데이빗 미치 (David Mech) 박사의 논문“The Wolf:The Ecology and Behavior of an Endangered Species”가 그 믿음을 뒷받침해주었다.
논문의 요지는 이러했다.
"야생 늑대에게는 서열이 있고,
알파 늑대 (Alpha wolf)라는 리더가 있어 그의 리더십에 의해 무리가 유지되며,
다른 늑대들은 알파 늑대에게 순종한다.
개도 늑대의 후손이므로 개에게도 같은 논리가 적용된다."
1940-1970년대에 발표된 이러한 논지의 논문들에는 공통적으로 몇 가지 문제점들이 있는데, 그중 두 가지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 포획된 상태의 두 늑대를 제한적으로 관찰 연구한 결과를 야생 늑대의 습성으로 일반화했다.
2. 논문 전체에 걸쳐 개와 늑대를 동일시하여 기술하였다.
그 이후로도 꾸준한 연구가 계속되던 가운데,
미치 박사를 포함하여 여러 동물학자들은 기존의 이론에 심각한 오류가 있었음을 깨닫게 된다.
결국, 서열 이론의 근거를 제시해주었던 데이빗 미치 박사는 1999년"Alpha Status, Dominance, and Division of Labor in Wolf Packs" 라는 논문을 발표하며 기존의 연구가 잘못된 것이었음을 증명하였다.
그는 늑대 사회에는 서열이나 알파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밝혔다.
늑대 사회에는 단지 부모 늑대, 그리고 부모를 따르는 자녀들이 존재했으며, 그들이 성장하여 다른 무리로 분화되는 것뿐이었다.
현대 과학자들은 야생의 동물과 포획된 동물이 서로 다른 별개의 동물로 인식되어야 한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 즉, 야생의 호랑이와 동물원의 호랑이는 서로 다른 별개의 동물이다.
따라서 포획 상태인 소규모의 늑대 그룹에서 나타나는 사회적 관계의 관찰 결과를 늑대 전체로 일반화하여 해석하는 것은 심각한 오류였다.
또한 늑대의 생태와 개의 생태는 다르며, 개와 늑대를 동일시할 수 없다는 사실도 정리되었다.
알파 늑대 또는 서열이라는 개념에 대해 유감을 표한 데이빗 미치 박사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보자.
개념은 내비게이션이다.
잘못된 개념을 바탕으로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내비게이션에 강원도 원주를 설정해놓고, 서울로 갈 수 있기를 바라는 것과 마찬가지다.
서열이란 상하 개념이다.
'내가 먼저 식사를 하고, 반려견에게 음식을 주어야 한다'
'문을 나설 때 반려견보다 내가 먼저 나서야 한다'는
표현에서 볼 수 있듯이,
복종해야 하는 대상(개와 고양이)은 자신에게 필요한 것에 접근하거나, 원하는 것을 표현할 권리가 없고,
알파임을 주장하는 누군가가 선점하는 관계가 서열이다.
즉, 완력을 행사하는 알파와 복종해야 하는 개와 고양이라는 상하관계로 접근하는 것이 서열 논리다.
서열이라는 개념을 강조하는 동물 훈련사들은 목줄을 잡아당기며 '안돼'라고 반려동물의 행동을 억압하거나, 개를 뒤집어 누르거나, 목덜미를 양손으로 잡고 흔들거나, 체벌을 가한다.
는 연구 결과 (Survey of the use and outcome of confrontational and non-confrontational training methods in client-owned dogs showing undesired behaviors, 펜실베니아대 2009)를 통해서도 알 수 있듯이
서열 논리에 기반한 강압적 훈련은
영국의 반려견 복지 재단인 <Dogs Trust>에서는
"TV에 출연한 반려견 훈련사들이 보여준 '서열과 복종 원리'에 의거한 훈련법의 피해자인 많은 개들이
보호소로 흘러들어온다"고 밝혔다.
그들은 단지 두려워서, 자기방어를 위해 공격했을 뿐이지만, 결국 가족들이 감당할 수 없는 상태에 놓이게 되고 만 것이다.
(미국수의사협회에서는 동물병원을 찾는 고객 중 반려견 교육이 필요한 고객이 있는 경우
'초크체인,프롱칼라,반려견을 엎어서 누르는 행위, 걷어차는 행동 등 강압적 방법을 사용하거나 서열과 복종 논리를 내세우는 훈련사 및 전문가'에게는 고객을 소개하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다.
The AVSAB recommends that veterinarians not refer clients to trainers or behavior consultants who coach and advocate dominance hierarchytheory and the subsequent confrontational training that follows from it.)
수십 년간 개와 고양이의 행동과 의도는 많은 오해를 받아왔다.
잘못된 개념으로 교육을 시작했기에 반려동물을 가르치는데 효과가 없었을 뿐 아니라,
오히려 반려동물이 우리가 원하지 않는 행동을 하게끔 만들거나 상황을 악화시켰다.
개와 고양이를 비롯하여 동물들이 행동을 결정하게 되는 동기와 심리는 그런 방식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모든 동물은 나름의 복잡한 의사소통 체계를 갖고 있으며, 학습과 경험을 통해 결정한다.
사람들이 쉽게 접하는 너무나 많은 반려동물 교육법에서 보여주는 기술들이 역효과를 가져오고 있다.
그런 방법으로는 절대 우리가 원하는 행복하고 성숙한 반려동물과 함께 할 수 없다.
타고난 자연적 성품과 행동을 억압당하며, 반려동물을 공포심만 가득한 동물로 만들어버릴 뿐이다.
리더란 상대방을 억누르고 군림하며 권력을 행사하는 사람이 아니다.
내 배부터 채우고 나부터 먼저 나가는 것으로 내가 우위라는 것을 증명해 보인다니, 얼마나 우스꽝스러운 일인가!
가본 적도 없고 말도 통하지 않는 곳에서, 여러분을 대신하여 먼저 길을 헤치며 앞장서고, 방향을 제시하고, 위험을 알려주고 즐거운 경험을 만들어주는 든든하고 신뢰할 수 있는 여행 가이드가 있을 때 얼마나 마음이 편안했는지 기억하는가?
여러분은 사람이 사는 세상에서 적응하여 살아가야 하는 반려동물에게 신뢰할 수 있는 안내자이자, 믿고 따를 수 있는 진정한 리더, 가이드가 되어야 한다.
여러분에게 룸메이트가 생겼다고 생각해보자.
처음 한동안은 어쩔 수 없이 불편하거나 이해하기 어려운 일들이 생기게 된다. 여러분의 새 룸메이트는 여러분이 지금까지 생활해오던 방식을 알지 못하기 때문에 충돌하는 지점이 생기게 마련이다. 그런 경우 어떻게 할 것인가? 우리 집에서 생활할 때 룸메이트가 꼭 지켜주었으면 하는 것과 서로 절충이 필요한 부분을 설명하고, 함께 조율해 나갈 것이다. 반려동물도 마찬가지로 여러분의 룸메이트다.
반려동물은 마치 사전에 여러분이 지금까지 살아오던 방식에 대해 오리엔테이션이라도 받고 왔다는 듯이, 알려주지 않은 사실을 반려동물이 스스로 알아내기를 기대해서는 안된다.
사전에 반려동물에 대해 학습하고 노력하지 않았으면서,
지금 이 순간부터 반려동물과 내가 환상의 콤비가 되기를 바라는 기대 또한 비현실적이다.
개이든 고양이든 사람이든,
상대방에게 두려움을 주고 긴장감을 높여서 해결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
사람을 포함하여 모든 동물은 자신만의 욕구(needs)와 느낌(feeling)을 갖고 있다.
목줄이나 강압적인 방법으로 동물을 제압하려고 한다면,
동물의 표현되지 못한 욕구와 느낌은 뒤틀린 방법으로 해소될 것이고,
여러분은 무슨 일이 있어도 절대 놓쳐서는 안될 반려동물의 신뢰를 잃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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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초/국내 유일의 국제 인증 반려동물 행동심리 전문가
저서 <당신은 반려견과 대화하고 있나요?>
반려동물의 감정(Feeling)과 니즈(Needs)에 공감하는 교육을 알리며
반려동물 교육 문화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는
동물행동심리연구소 폴랑폴랑의 대표로
동물과 사람이 서로가 서로를 치유하는 세상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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