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생 무렵이었던 것 같다. 지금 이야기하려는 영화를 본 것이.
그러니까...
배우가 누구였는지, 타이틀이 무엇이었는지, 정확한 내용이 무엇이었는지
그런 것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다만
영화에서 등장했던 '치약을 짜는 법'에 대한 에피소드만은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는 순간에도 잔상이 또렷하게 남아서
그 후로도 오래도록, 지금까지도 머리에 남아있다.
어느 날
말 그대로 '뺨을 스치고 지나가는 한줄기 바람'처럼
남자가 집을 나간다.
아내와 아이들을 남겨두고
빈 손으로 코트도 걸치지 않고
그 흔한 인사말이나 눈인사도 없이
현관 앞에 던져진 신문을 주으러 잠시 나가는 사람처럼
그렇게 홀연히 남자는 집을 나갔다.
그리고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다.
어떤 계기로 알게 되었던 것인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꽤 오랜 시간이 흐른 후 아내는
남편이 다른 사랑을 찾아 가족을 떠난 것이었음을 알게 된다.
그것은 커다란 구멍이 뻥 뚫리는
형용할 수 없는 상처로 아내의 가슴에 남는다.
이런 느낌이려나?
영화 DEATH BECOMES HER
그 날로부터 십여 년의 세월이 흐른 어느 날.
아내였던 여자와
남편이었던 남자
그리고 남편이었던 남자의 그녀
이 세 사람이 재회한다.
아내였던 여자가
남편이었던 남자의 그녀에게 이렇게 묻는다.
"그 사람, 치약을 짤 때 언제나 위쪽을 눌러서 쓰곤 했죠.
아래쪽부터 짜야된다고 아무리 이야기해도 고치질 않아서 그것 때문에 정말 많이 싸웠었어요.
지금도 여전하죠? 성가시지 않아요?"
그러자 남편이었던 남자의 그녀가
담담한 목소리로 대수롭지 않다는 듯 이렇게 대답한다.
"전혀요. 우린 치약을 따로 쓰거든요."
그 대답을 끝으로
둘 사이에 얼마간의 침묵이 흐른다.
카메라는 고정되어 있다.
그렇지만 두 사람의 눈동자와 표정에서
어느 장면보다 많은 이야기들이 쏟아진다.
영화가 그러했듯이
나도 여기에서 설명을 멈추고
여백으로 남겨두어야겠다.
이 이후의 이야기는 각자가 이어가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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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초/국내 유일의 국제 인증 반려동물 행동심리 전문가
저서 <당신은 반려견과 대화하고 있나요?>
반려동물의 감정(Feeling)과 니즈(Needs)에 공감하는 교육을 알리며
반려동물 교육 문화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는
동물행동심리연구소 폴랑폴랑의 대표로
동물과 사람이 서로가 서로를 치유하는 세상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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