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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olangPolang Sep 22. 2016

개의 공격성은 정말 성격의 문제인가?

당신의 눈에 비친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당신의 눈에 비친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개의 공격성은 정말 성격의 문제인가?


유기동물 보호소를 방문했을 때의 일이다.

한쪽에 여러 명의 훈련사들이 한 마리의 개를 에워싸고 있었다. 개는 온몸에 총 네 개의 목걸이를 걸고 있었다.

방금 두 명의 훈련사가 개에게 물렸다고 했다.  그곳에 모여 있는 훈련사들은 안락사 외에는 방법이 없지 않겠냐는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공격성이 심각해서 입양할 사람도, 교육할 방법도 없다는 의견이었다.


도울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말은 늘 가슴을 아리게 한다. 

개와 씨름하고 있는 훈련사들의 모습을 아린 마음으로 바라보고 있는데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그 개의 바디랭귀지와 상황이 묘하게 어긋나고 있었다. 

그 개의 행동은 공격적인 의미의 바디랭귀지가 아니었다. 차라리 열심히 선생님의 말대로 따르려고 노력하는데 마음처럼 잘 되지 않아 어쩔 줄 몰라하며 바닥에 주저앉아 발을 구르며 우는 아이 같았다.

 

“공격적이라는 게,,, 어떤 상황에서 공격적인 모습을 보인 것인지 설명해주시겠어요?” 


보호소 관계자의 표현에 의하면 시도 때도 없이 사람만 보면 공격하는데, 때로는 똑같은 상황에서도 얌전히 잘 있다는 것이었다. 목걸이를 채울 때도 훈련사들이 진땀을 흘렸다고 했다.


“다른 특이사항은 없었나요? 건강 검진에서 신체적인 이상이나,, 호르몬 문제는 없었나요?” 


나는 그 개와 관련된 이력과 그 간의 히스토리를 들으며 혹시라도 놓치고 있는 것은 없는지 체크했다. 

단순히 '공격성'이라는 하나의 잣대만 놓고 거기에 개를 끼워 맞추는 것이 아니라, 그 이외 배제된 가능성,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은 없는지 판단의 여지를 두기 위함이었다. 


보호소의 동물들을 도울 때 전문가로서 주의해야 할 점 중 하나는 내가 설령 도움이 될 수 있는 상황이라고 하더라도 보호소의 동물은 내 주관이나 판단만으로 도울 수 없다는 사실이다. 권한은 보호소 담당자에게 있다. 

그렇기 때문에 보호소 담당자가 스스로 '아, 그럴 수도 있겠다'라고 생각을 전환할 수 있기를 바라며 이야기를 풀어야 했다.


“펜스로 막힌 운동장이 있나요? 많은 사람이 목줄을 잡고 씨름을 하고 있으니 공격적인 개가 아니더라도 저렇게 항의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아요. 안전한 운동장에서 숨 좀 돌리게 해주면 어떨까요? 저 개의 바디랭귀지가 특이해서 좀 더 보고 싶어요.”


안전을 위해 목줄은 목걸이에 걸어만 두고  한 사람만 들어가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우리는 그 상태에서 반려견의 바디랭귀지를 살피며 대화를 이어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개는 상당히 차분해졌고 발랄한 성격도 드러났다. 말려 올라갔던 입술도 긴장이 풀리기 시작했고, 동공도 안정을 되찾았다. 그제야 보호소 담당자와 훈련사들의 눈에 개의 미세한 발작적 행동들이 포착되기 시작했다.  


특정 대상을 향한 공격성이 아니라, 신경적 이상으로 자신의 신체를 컨트롤할 수 없는데서 기인된 행동이었다. 

개가 구조되기 전에 처해있던 환경으로 미루어볼 때 라임병이 의심되었다. 

우리는 이와 같은 류의 라임병이 완치 가능한지 이야기를 나누었고, 그 병을 치료할 수 있는 실력 있는 수의사를 소개받기로 했다. 보호소 담당자는 질병 치유로 방향을 바꿨다.



나는 우리 자신이, 우리 사회가 '좋은 사람 신드롬'에 지독하리만큼 중독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사회는, 우리 개개인은 좋은 감정과 나쁜 감정, 좋은 사람과 나쁜 사람은 자로 잰 듯 명확하게 구분 짓는다. 

사랑, 웃음, 다정함, 배려는 좋은 것이고, 다른 사람에게 좋은 사람이라는 말을 듣기 위해 내 마음과 전혀 다른 행동을 하기도 하고 나를 억누르기도 한다. 


반면 화, 분노, 우울, 짜증, 질투 등은 나쁜 감정이고, 그렇기 때문에 나의 감정 상태가 그러하더라도 그것을 표현하려 하지 않고, 그런 감정이 일어나면 숨기고 누르고 스스로가 감정을 부정한다. 


지구 상의 모든 동물은 태초부터 지금까지 빠른 판단을 필요로 해왔다. 

상대방이 나에게 이로운지, 해로울지, 저 사람을 가까이 해도 좋은지 아닌지를 빨리 판단할 수 있어야, 상대방과의 경계를 어디까지 허물어도 되는지, 다음에는 어떻게 행동해야 이로운지를 판단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이분법적인 사고가 뿌리 깊게 우리 세포 안에 자리 잡고 있다.


그러나

이 케이스와 같이 

질병으로 인한 행동일 뿐인 것을, 또는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 나름의 이유를 갖고 있는 것을

강압적 방법으로 다스리고 행동을 억압하는 것이 

훈련이라는 이름으로 정당화되어오지는 않았는지 생각해보았으면 한다. 

우리의 무지 또는 선입견이 뜻하지 않은 생명 학대로 이어지고 있지는 않은가.

과연 그것은 나의 편의를 위한 것인가, 아니면 반려동물을 돕고자 하는 것인가.


모든 동물에게는 나름의 이유가 있으며

자신의 욕구와 느낌이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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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물행동심리연구소 폴랑폴랑(www.polangpolang.com
    국내 최초/국내 유일의 국제 인증 반려동물 행동심리 전문가  

    저서 <당신은 반려견과 대화하고 있나요?> 

    반려동물의 감정(Feeling)과 니즈(Needs)에 공감하는 교육을 알리며 

    반려동물 교육 문화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는 

    동물행동심리연구소 폴랑폴랑의 대표로 

    동물과 사람이 서로가 서로를 치유하는 세상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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