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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침반 Jun 21. 2021

우주선

2021.05.19

2019.02.16


지루해서, 지쳐서, 화가 나서, 힘이 빠져서 홧김에 경로를 이탈하고 싶을 때가, 혹은 시기가 찾아올 수도 있다. 실제로 실행에 옮길 용기도, 의지도 없다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앞길을 안내하는 내비게이션을 기어이 따르지 않겠다는 충동에 사로잡히기도 한다.


그럴 때마다 발을 붙드는 것은 무엇일까. 가족과 친구와 동료와 어떤 공동체가 촘촘하게 형성하는 안전망일 수도 있다. 그럼에도 결국 스스로 일어나야만 한다. 다른 누군가가 대신해줄 수 없는 부분이 있다.


저 멀리서 다가오는 아직 만나지 않은 인연들, 그 인연들과 함께 만들어갈 소중한 추억들을 바라보면서 다시 한번 힘을 낼 수 있지 않을까. 지금 경로를 이탈하면 훗날에 맺어질 인연들도 어긋날 수 있는 법이다.


이는 그저 두리뭉실한 믿음뿐이 아니다. 지금 주위를 둘러싸는 인연들도 만나기 전에는 모두 낯선 사람이었다. 어느 순간에 발걸음이 너무 오래 지체되었더라면, 조금만 더 버티고 견디지 않았더라면 오늘도 일상을 떠받치는 많은 사람들을 아마도 만나지 못했을 것이다.


지금도 자신에게 가장 필요한 사람들이 계속 낯선 사람으로 남아 있지 않았을까.


조정민 목사의 글이다.

내 상처가 나으면 나는 이제 백신입니다. 나와 같은 아픔을 겪고 있는 사람들에게 나는 특효약입니다. 주위를 살피면… 오직 나만이 힘이 되어줄 수 있는 사람이 있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자신이 훗날에 의지할 누군가가, 그리고 자신에게 의지할 누군가가 마치 우주를 항해하는 탐사선처럼 어떤 궤적을 따라 날아가고 있을 터.


미래에 맺어질 인연들이 어긋나지 않기를, 만나는 순간까지의 여정이 너무 괴롭거나 버겁지만은 않기를, 유쾌하지만은 않은 순간들을 견뎌낼 수 있기를 기도해본다.




잠이 참 오지 않던 밤, 끝이 없을 걸 알지만
나는 먼 여행을 시작했죠
아무도 보이지 않고 아무 향기도 없는 곳
빛이 되어줘요

아득히 꿈처럼 보이던
수많은 추억이 스쳐 가네요

익숙했던 궤도 밖으로, 까만 저편 너머로
뒤돌지 않고 가다 보면 언젠가 그댈 만날 수 있을까
하고 싶은 말이 참 많은데

가끔씩 외로울 때면 소리 내 노랠 부르죠
그대에게 닿길

--- 정승환, "우주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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