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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침반 Sep 21. 2021

추석

2021.09.20


워싱턴에서의 일정을 마치고 다시 서부로 돌아오는 길이다.


오늘 밤까지 처리해야 하는 일을 급히 마무리하느라 비행시간 5시간 내내 컴퓨터를 붙잡고 있다 보니 워드 문서는 여전히 열려 있는데 어느새 대륙 횡단을 마쳤다. 역시 기계와 인간의 효율을 비교하는 것은 무모한 일이다.


자료 검색 때문에 쓸데없이 긴 고민 끝에 기내 무선 인터넷 2시간을 위해서 지불한 30불 남짓은 일을 끝까지 미룬 게으름에 대한 대가의 일부인 것 같다. 왜 그 돈이 또 항공사에 가야 하는지를 생각하면 괜히 억울하지만.


착륙하고 핸드폰에 도착한 문자를 보고 나서야 기억이 났다. 내일이 추석이구나. 가족이랑 같이 보내지 못한 추석이 몇 번째인지 굳이 세고 싶지는 않다.


어느 한 곳에 뿌리를 깊이 내리지 못하는 여정이 외롭고 어지럽다고 하지 않으면 거짓말일 것이다. 하지만 집처럼 편안한 곳이 여러 군데 있다는 사실도 감사한 일이다.


돌아오면서 느끼는 반가움, 다시 만날 순간을 바라보며 느끼는 그리움. 그 두 감정을 원동력으로 삼아 내일 하루도 살아낼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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