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4.17
대학원에서 나와서 직장에 복귀한 지 어느새 반년이 넘었다.
“다시 일을 하는 건 어떠니"라고 주변에서 물었을 때, 같이 일하는 동료 분들도 5년 전이랑 그대로고 주된 연구·조사 대상인 북한은 슬프게도 크게 바뀐 것이 없으니 새로 적응할 것은 거의 없다는 말을 자주 했었다. 김정은이 권력을 잡은 지 10년이 넘어가고 아직 코로나19 판데믹이 진행 중인 지금, 북한의 인권 상황은 오히려 예전보다도 더욱 악화된 것으로 판단된다.
작은 단체이기에 귀한 시간을 기꺼이 내어준 인턴들에게도 상당 부분 의존을 하고, 몇 안 되는 직원들도 직함에 국한되지 않고 사실상 모든 사람이 모든 일을 하는 형식으로 업무가 진행된다. 활동의 주된 목적은 북한의 인권 상황에 대한 보고서를 발간하고, 그 보고서의 내용을 일반 대중과 언론, 학계와 각국 정부에 알리는 것이다.
그렇지만 연구 경과 보고서 작성, 인턴 관리, 영수증 정리 등 단체 활동에 필수적인 행정 업무를 다루다가 금세 지나가는 날들이 허다하다. 두더지 잡기 게임의 두더지처럼 여기저기서 튀어 오르는 이메일을 처리하다 보면 "내가 이메일인지 이메일이 나인지" 더 이상 알 수 없는 아리송한 정신상태에 빠지기도 한다.
그 외에도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 있다. 바로 관련 시사 동향을 파악하는 것이다. 북한 인권 문제만 해도 여러 주제를 포함한다. 관리소, 교화소 등 구금시설 운영 실태부터 국군포로와 납북자 문제, 탈북 난민 강제 북송, 보건 및 식량 문제, "성분" 제도에 의한 차별 문제, 한국에 도착한 북한이탈주민 정착 지원 등 다양한 측면이 있다.
그리고 북한 인권의 범주를 벗어난 관련 주제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여기에는 북한, 한국,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유럽 연합 등 주요 당사국의 동향이 포함된다.
북한은 어제 동해상으로 발사체를 2발 발사했고, 한국에서는 며칠 전에 5월에 출범할 윤석열 정부의 외교부·통일부 장관 후보자가 지명되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을 감행했고, 그 전쟁은 이제 두 달 가까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부차 학살 등 러시아 군의 만행이 드러나면서 국제 사회에서는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고, 국제형사재판소의 역할에 대해서 회의적이던 미국 공화당 일각에서도 입장의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유럽 연합의 주축인 프랑스는 대선 결선 투표를 앞두고 있고, 그 결과에 따라 유엔에서 북한 인권 문제를 꾸준히 제기한 유럽 연합의 외교적 역할이 일정 부분 영향을 받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렇듯 보고서 출간 준비 작업을 하다가, 행정 업무를 하다가, 틈틈이 기사와 책을 보고 유튜브 영상을 시청하며 관련 현황을 파악하다가 우왕좌왕하면서 보내는 시간이 대부분이다. 계속 이렇게 눈앞의 일에만 열중하다가 시야가 좁아지고, 피상적인 지식에만 집착하다가 깊은 이해를 갖지 못하게 되는 것은 아닌지 두려워지기도 한다. 정작 대학원에서 공부를 할 수 있는 최적의 환경에 있을 때는 현장으로 다시 돌아가고 싶었지만, 막상 현장으로 돌아와서는 공부를 할 필요를 느끼게 된다.
배움은 학교에도, 직장에도 제한된 것이 아니라는 지극히 당연한 사실을 되새기며 마음을 다잡아 본다. 조윤제의 <다산의 마지막 질문> 중 일부다.
배움과 인은 하나로 통하는 덕목이다. 그 바탕과 증거가 되는 것이 바로 실천이다. 실천하지 않으면서 배움을 자랑하는 사람은 진정으로 배운 것이 아니다. 말로는 사랑을 외치면서 정작 평상시의 삶은 무례하고 무심하다면 역시 진정으로 사랑하는 것이 아니다. 주위의 다른 사람을 비난하면서 정작 자신을 돌아보지 못하는 사람은 정의로운 사람이 아니다.
다산은 묻는다. 당신의 배움은 진짜인가. 당신의 사랑은 진실한가. 당신의 정의에는 당신도 해당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