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라는 목적

2022.03.05

by 나침반


짧은 출장을 마무리하며.


증인으로 나서주신 탈북민 분들한테서 “북한 인권 문제에 관심을 가져주시고 노력해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말을 들을 자격이 있나, 싶다.


지금 여기까지 어떻게 견디며 살아오셨는지, 누구도 겪어서는 안 될 참혹한 일들을 다시 들추어낸다는 것이 어떠할지를 상상하면 과연 그에 비해 어떤 “노력”을 했다고 말을 할 수 있을까.


그래도 그 진심이 담긴 격려 한마디에 이 일을 하는 이유를 되새기고 나아갈 힘을 다시 얻는다.


결국은 사람을 위한 일이다. 사람이 수단이 되면 안 되고, 사람 그 자체가 목적이 되어야 된다고 했다. 실은 모든 일이 어떤 면에서는 그러지 않을까. 타인을 자신의 목적을 성취하기 위한 수단으로만 여기는 건 위험하다.


다른 참가자 중 한 분이 여러 차례 강조하셨듯이, 가장 중요한 건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평온하고 평범한 일상을 누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국제적으로 다양한 지역의 분쟁과 인권 침해를 다룬 분들의 이야기를 듣고 나니 시야를 더 넓힐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든다.)


증언을 마치시고 “제가 이렇게 참여하는 게 작은 보탬이라도 되었으면 좋겠네요”라는 말을 해주실 때마다 숙연해진다. 이 분들이 증언을 하시지 않는다면 애초부터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다. 그래서 결국은 그 분들을 위한 일이다. 가늠하기 어려운 그 용기에 대한 최소한의 응답이다. 그리고 나아가 그 땅에서 비참하게 죽어간 이들, 바깥으로 나오지 못한 모든 이들을 위한 일이다.


인간에게 완전한 이타성은 지나친 기대일 것이다. 스스로를 되돌아보기만 해도 그렇다. 그래도 무엇을 하든 사람 그 자체가 목적이 될 수 있기를, 그 방향을 잃지 않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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