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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침반 Dec 30. 2022

보이지 않는

2022.12.30

2007년 9월, 양재천에서.

보이지 않는 고민과 노력을 알아줬으면 하는 지극히 이기적인 욕심은 사라지지 않을 것 같다.


결과가 좋으면 생색을 내고 싶기 마련이고, 상황이 나빠지면 ‘그래도 나는 할 수 있는 것을 다 했다’고 항변하며 자신을 어떻게든 지키고 싶은 것이 아닐까.


맡은 책임을 다 하기 위해, 누군가를 돕기 위해, 혹은 어떤 관계를 지키기 위해 진심으로 최선을 다 했다면 실은 그 자체로 충분하다. 만약 최선을 다 하지 못했다면 실수를 되짚으며 다음번에 개선할 부분을 미리 살피면 된다.


자신의 진심이 온전히 전해지거나 드러날지는 미리 알 수도, 통제할 수도 없다. 전해지기는커녕 오해를 받거나 진의가 왜곡되는 일도 흔하다.


자신이 통과한 모든 과정을 타인이 다 아는 건 애초부터 불가능하다. 그리고 상대방이 무슨 짐과 상처를 안고 있는지도, 다른 누군가에게 내어줄 여유가 얼마나 있는지도 알 수 없다.


보이지 않는 고민과 노력을 먼저 알아주고, 굳이 시간과 마음을 써서 그 과정 중에 견뎠을 모든 것을 떠올리며 고마움을 표현해주는 사람은 많지 않다.


비슷한 과정을 본인이 직접 경험하고, 그 편하지만은 않았던 시간들을 기억하려고 애써 붙들고 있던 사람만이 건넬 수 있는 친절이다.


관심과 배려와 위로가 당연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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