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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침반 Feb 12. 2023

서울역

2023.02.11

서울역 근처 카페에서 (2023.02.08)


남대문 옆에 있는 단골 안경집에서 부모님이랑 안경을 새로 맞추고 집으로 들어오던 길이었다.


서울역 앞을 지날 때, 문득 옛날 생각이 나셨는지 아버지가 말하셨다.


“아버지가 지방에서 출장 마치고 돌아오실 때면, 어머니 손 잡고 여기 역 앞에 나와서 기다리고 했었는데.”


이미 새로운 역이 들어선 지 오래지만, 예전의 역 건물 앞에 할머니가 막내인 아버지랑 함께 서 계신 모습이 지금도 그려질 것만 같다.




학부 초반까지만 해도 학기를 마치고 한국에 들어오면 할아버지가 공항에 나오셨다.


부모님이 모시고 같이 나온 적도 있지만, 어차피 인천에서 만나면 된다며 따로 오시기도 했었다. 새벽에 도착하는 비행기여도 개의치 않고 서울의 동쪽 끝에서 5호선을 타고 출발하셨다. 원래 구경을 다니는 것을 좋아하셔서 서울의 지하철 노선도는 거의 외우다시피 하셨다.


학부를 졸업한 후에도 매년 한 번씩은 한국에 들어갈 기회가 있었지만, 언제부턴가 공항에 나오지 못하셨다. 도착하고 나서 공항에서 들어오는 길에 전화를 드리고, 떠날 때는 게이트 앞에서 잠시 전화를 드리는 것으로 인사를 대신했다.


전화를 드리면 “다음번에는 언제 오니”라는 질문은 여전히 매번 물어보신다.




지금도 주말에 도착하거나 떠나는 비행기를 타면 부모님이 공항에 나오신다. 집에서 막히지 않으면 차로 1시간 남짓이면 오는 거리다.


줄을 서서 탑승권을 확인하고 보안검색대로 들어가기 직전까지 멀리서 지켜보고 계시다가, 마지막으로 뒤를 돌아보며 손을 흔들면 그제야 떠나신다.


공항 터미널의 인파 속으로 서서히 사라지는 그 뒷모습에 부끄럽지 않게 살 수 있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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