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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침반 Jan 18. 2023

운전대

2023.01.17

캠퍼스 근처의 기찻길 (2012.11.02)


처음 홀로 운전대를 잡았던 순간을 기억한다.


출근길에 나서는 아버지를 지하철 역에 내려드리고 집에 돌아오는 비교적 짧은 길이었다.


별로 막히지는 않았으니 역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데는 10분도 걸리지 않았을 것이다. 어떤 경로로 왔을지 짐작은 되지만, 자세한 기억은 나지 않는다. 혼자이기 때문에 무사히 가야 할 텐데,라는 걱정에 사로잡혀서 잔뜩 긴장했던 것 같다.


운전을 처음 하는 건 아니었다. 면허를 따고 학원을 통해서 연수도 했었고, 무엇보다 부모님이랑 연습도 자주 했었다. (길이 좁은 서울 도심에서 밤길 운전을 처음 했을 때의 공포는 잊을 수 없다.) 운전 경험 30년에서 우러나오는 수많은 주의사항들을 하나하나 새겨들으면서 놀랐었다. 매 순간 이렇게 신경 쓸 게 많았다니.


연습을 하면서도 “결국은 혼자서 운전을 많이 하고, 혼자서 타고 다니는 게 편해져야 운전이 는다”라고 자주 말하셨다. 맞는 말이었다. 조수석에 앉은 누군가의 도움에 평생 의존할 수는 없는 일이다. 혼자 다니는 게 익숙해져야 다른 사람도 편한 마음으로 같이 타고 다닐 수 있는 법이다. 도로 위의 상황을 계속 대신 살펴주시는 운전학원 강사님만 태우고 다닐 건 아니지 않은가.


그날은 다행히 아무런 문제 없이 집에 돌아왔다. 감사하게도 보험회사에 전화를 걸어야 할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 그 후에 두 번째로 혼자 운전을 했던 순간도, 세 번째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아마 조금씩 시간과 거리를 늘리면서, 익숙한 길에서 낯선 길로 영역을 넓히면서 혼자 길을 나서는 것에 서서히 적응을 했을 것이다.


이제는 시간이 나면 큰 문제 없이 혼자서 온종일 드라이브를 다녀오기도 한다. 물론 길 위에서 긴장을 늦춰서는 안 된다. 모든 자동차는 최소 1톤에 육박하는 위협적인 물체다. 운전을 하면서 여전히 크고 작은 실수를 저지르고, 낯설고 복잡한 길에 들어서면 적잖이 당황한다. 평행주차는 되도록이면 피하려고 한다. 아직까지 사고가 없었던 건 무엇보다 운이 따랐기 때문일 것이다. 인생은 돌발의 연속이라고 했던가. 무슨 상황이 언제 찾아올지 모른다.


홀로 길을 나서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을 것 같다. 다만 그 두려움과 공존하는 법을 배워갈 뿐이다. 수많은 사람들의 보살핌과 가르침 덕분에 여기까지 안전히 올 수 있었고, 지금도 그렇게 곁을 지켜주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니 앞으로 무슨 일이 있어도 살아낼 수 있다는 믿음을 붙잡고 오늘도 길을 나선다. 혼자 가는 길이어도 정말 혼자 가는 것은 아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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