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4.22
번역을 하다 보면 역설적으로 직역을 할 때 그 결과물이 본래의 의미를 온전히 전달하지 못하는 경우를 자주 보게 된다. 특히 한국어와 영어처럼 서로 어순이 다르면 더욱 그렇다.
단어 하나하나를 순서대로 정직하게 번역하면서 문장 구조를 그대로 유지하면 읽기 어색하고 심지어 투박한 글이 되기 마련이다. 오죽하면 ‘번역체’라는 표현까지 등장했을까. 속담처럼 구체적인 문화적 맥락 속에서 이해되어야만 하는 내용일 때 직역의 한계를 가장 뚜렷하게 볼 수 있다.
어감과 어순과 독자의 문화적인 배경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서 번역문을 유연하게 작성해야 원문의 의미가 비교적 자연스럽게 전달된다. 전문적인 번역 훈련을 받은 건 아니지만, 지금까지 번역을 하면서 느끼기에는 그렇다.
내면의 생각과 감정을 타인을 향한 말과 행동으로 ‘번역’하는 과정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단순한 직역을 하면 본심이 오히려 가려지고, 때로는 오해를 받는 일도 종종 일어난다. 상대방에 대한 충분한 이해를 토대로 생각과 감정들을 잠시라도 여과하고 정제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진심과 최선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