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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침반 Nov 22. 2024

종강

2024.11.21

2024.11.20

오늘부로 첫 학기 강의가 모두 끝났다. 아직 기말고사를 앞두고 있지만, 이렇게 다섯 번만 더 반복하면 졸업하게 되니 3년이 금방 지나갈 것만 같다.


불과 3년 전, 박사과정을 마치지 않고 대학원을 나올 때만 해도 다시는 학교에 돌아가지 않겠다고 결심했었다. (초등학교부터 세면 학교에서 21년을 보냈었으니 질렸을 만도 하다.) 어차피 자격증을 요구하는 직업이 아니면 학교에 다닐 필요가 없고, 오히려 실무 경험을 통해서 보다 넓은 세상을 마주하면서 다양한 것을 배울 수 있다고 믿었다. 사람을 직접 대하는 활동에서 의미를 찾는 성격도, 많은 분야에 잡다하게 관심을 가지는 성향도 무시할 수 없었다.


학기 초에 부모님이랑 통화를 할 때마다 다시 학교 다니는 건 괜찮은지 물으셨다. 박사과정을 그만두고 직장으로 향했다가 마음에 들고 오래 하고 싶었던 일을 그만두고 다시 방향을 틀었으니 걱정이 되셨던 모양이다. 만에 하나 중퇴하고 쉬면서 다른 길을 찾고 싶다고 했었어도 기꺼이 받아들이실 준비가 되어 있었다고 나중에야 알려주셨다.


아침마다 가방을 메고 교실로 향하면서 걱정이 전혀 없었다고 하면 거짓말일 것이다. 대학원을 그만두면서 "귀중한 기회에 따르는 책임을 다하지 못하고, 변함없는 응원과 격려에 충분히 보답하지 못하고, 시작한 일을 끝내지 못해서 아쉽고 죄송한 마음이 크다"라고 썼었다. 그 감정을 다시 느끼고 싶지 않았고, 곁에 있는 이들이 그런 과정을 다시 지켜보게 하고 싶지 않았다.


이번에도 안 맞으면 어쩌지, 이번에도 계속하지 못하는 상황에 부딪히면 어쩌지, 라는 막연한 두려움이 걷히는 데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렸다. 이제 첫걸음을 떼었고 아직 시험도 봐야 하니 섣부른 판단일 수도 있겠지만, 첫 학기를 보내면서 적어도 적성에 맞지 않는다는 걱정은 사라졌다.


글을 쓰고 읽는 것에 거부감을 느끼지 않고 다양한 일에 두루 관심을 가지는 성향이 도움이 되는 것을 자주 느낀다. (비록 저질스러운 체력 앞에서 저녁마다 좌절하지만) 20대를 거치면서 자신을 조금 더 알아갈 시간을 가진 후에 이 과정을 시작해서 다행이라는 생각도 든다.


누군가 구체적인 관심 분야를 물어본다면 아직은 명확한 답을 하지 못할 것 같다. 하지만 학교에 있을 때는 물론이고, 졸업하고 나서 현장에 나가서도 여러 경험을 거치면서 찾아가게 될 것을 의심하지 않는다.


계획대로 되는 일은 거의 없었지만, 되돌아보니 지나온 모든 길이 필요한 과정이었음을 알게 되었다. 앞으로도 그럴 것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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