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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침반 Sep 03. 2024

초보자

2024.09.03

2024.09.02

다시 초보자의 위치로 돌아왔다.


이제 첫 학기의 셋째 주다. 새로운 지식을 배우고 있고, 이전과는 다른 사고방식을 훈련받고 있다.


실수는 초보자의 특권이라고 했던가. 처음부터 모든 것을 완벽하게 습득할 수는 없다. 실수를 해야만 배우고 성장할 수 있다.


어쩌면 가장 중요한 건, 자신의 부족함으로 인해 타인에게 피해를 끼칠 일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수업을 함께 듣는 동급생에 대한 기본적인 배려만 지킨다면 오로지 자신의 성적에만 책임을 지면 된다.


불과 몇 달 사이에 책임의 범위가 많이 좁아진 셈이다. 6월까지만 해도 작은 시민단체의 실무자로서 여러 일들을 맡았었다.


인턴의 질문에 답장하고, 각종 서류 제출 기한을 확인하고, 현장/온라인 행사를 준비하고, 보고서 원고를 인쇄소에 늦지 않게 전달해야 했다. 일처리를 소홀히 하면 동료에게도, 속한 조직에게도, 협력하는 단체와 기관에게도 얼마든지 피해를 끼칠 수 있는 위치에 있었다.


다시 초보자의 위치로 돌아온 것이 불편하거나 어색하게 다가오지 않는 이유다. 현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기 전까지 주어진 이 3년의 시간이 아마도 진정한 초보자로 지낼 수 있는 마지막 시기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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