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1.09
기록을 하든 안 하든, 사진과 이메일과 문자를 삭제하든 말든 의지와는 상관없이 남는 기억들이 있다는 것을 오랫동안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도저히 지나가지 않을 것 같은 일도 아침에 눈을 뜨면 “오늘은 그 생각을 가장 먼저 하지는 않았구나”를 문득 깨닫는 날이 반드시 찾아온다는 위로를 들은 적이 있다.
깨진 접시처럼 산산조각이 난 날카로운 감정의 파편을 마주하는 건 고통스러운 일이다. 서툴고 아쉬운 마음에 맨손으로 그 조각들을 집어서 살펴보다가 다치기도 한다.
접시가 깨졌었다는 사실은 아마 잊히지 않을 것이다. 그래도 담담히 빗자루로 그 조각들을 쓸어 담아서 버릴 수 있는 날이 분명히 올 거라고, 지금이라도 돌아가서 자신에게 말해주고 싶은 순간들이 적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