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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득한

2024.12.16

by 나침반
IMG_4917.heic 2024.08.06


시차를 핑계로 컴퓨터를 뒤적거리다가 이메일 수신함과 여러 기록들을 되짚어봤다.


올해 1월 2일에 원서들을 제출하면서 2024년을 시작했다.


3월 4일 오후, 대표님과 함께 1박 2일 뉴욕 출장을 마치고 돌아오는 기차 안에서 합격 통지서를 핸드폰으로 확인했다.


4월의 어느 화요일 아침, 출근하자마자 대표님께 이번 여름에 단체를 떠날 계획이라고 말씀드렸다.


6월 27일, 밤늦게 마지막으로 사무실 문을 잠그고 지하철 역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8월 5일, 집 열쇠를 반납하고 애틀랜타를 향해 출발했다.


8월 6일에 도착해서 짐을 풀고, 8월 19일에 첫 수업을 시작했다. 그리고 12월 11일에 마지막 기말고사를 마쳤다.


지금 되돌아보니 1박 2일 동안 워싱턴에서 애틀랜타까지 거의 1,000km를 혼자 운전해서 이사를 한다는 발상은 무모했다. 무사히 도착한 것도, 짐을 옮기면서 다치지 않은 것도 작은 기적이다.


하지만 올해의 전환점들을 나열해 보니 실은 1월부터 12월까지 그보다도 훨씬 먼 거리를 달려왔다. 1년 내내 마음을 놓지 못하고 질주하다가 이제야 멈춰 서서 뒤를 보니 그 거리가 아득하게 느껴진다.


내년에도, 그 후에도 크고 작은 변화가 찾아와서 막막하게 느껴질 때면 올해를 되돌아보면서 조금은 더 용기를 낼 수 있을 것만 같다. 그 목적지를 알 수는 없어도, 결국에는 무사히 도착할 것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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