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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침반 Aug 21. 2024

애틀랜타

2024.08.20

2024.08.05

남은 시간은 일주일뿐이었다.


일요일 밤에 한국에서 돌아와서 그다음 월요일에 집을 비우고 바로 이사를 할 예정이었다.


짐을 처분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 운전해서 애틀랜타로 내려가야 하니 차에 들어가는 짐만 가지고 갈 수 있었다. 뒷자리를 접으면 공간이 어느 정도 확보가 되었지만, 장거리 운전을 하면서 옆과 뒤를 충분히 볼 수 있어야 하니 차를 가득 채울 수는 없었다.


2년 전에 워싱턴으로 돌아올 때만 해도 오래 머물 것이라고 막연히 기대했었다. 잠깐 거쳐 갈 생각이었다면 사지 않았을 물건도 여럿 있었다.


조금 더 부지런했거나 시간의 여유가 있었다면 주변에 나눠주거나 팔았을 물건들을 일주일 동안 버렸다. 쉽게 대체할 수 없는 물건, 도착해서 당장 필요한 물건, 최근에 구입한 물건을 위주로 짐을 일단 꾸리고 나머지는 가격, 무게, 부피를 고려해서 챙겼다.


떠나는 날, 오후에 열쇠를 관리실에 반납하고 차를 향해 걸어 나오면서 문득 생각이 들었다. 2010년 늦여름에 학부 입학을 앞두고 미국으로 돌아온 후 14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 일상의 전부가 눈앞의 자동차 안에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새로운 출발을 앞두고 모든 것을 가지고 갈 수는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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