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1.12
네가 잘못한 게 아니야. 네가 잘못된 것도 아니고.
작년이 저물 무렵, 오랜만에 만난 친구에게 그동안 있던 일들을 털어놓자 건네줬던 말을 여전히 하루에도 몇 번씩 꺼내서 되새겨본다.
정말 잘못한 게 하나도 없지는 않았을 것이다. 말을 아끼거나 더 신중하게 행동할 수 있는 지점들이 분명히 있었다. 매 순간 한치의 흐트러짐도 없이 지혜롭게 처신하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하지만 그 말의 요지는 다른 곳에 있었다. 네가 사람을 대하는 방식에 근본적인 결함이 있는 것은 아니니 모든 걸 허물고 기초공사부터 다시 할 필요는 없다,라는 의미로 받아들였다. 살아오면서 만들어진 생각과 감정의 회로를 전부 부정하고 뜯어고칠 필요는 없다고.
도저히 맞지 않는 옷을 입고 불편했다고 해서 그 불편함의 이유를 매번 자신에게서만 찾는 건 지나치게 가혹하다. 조금은 더 침착하게 행동했더라도 결국에는 결과가 달라지지 않았을 상황도 있다.
주위에 진심으로 쓴소리를 해줄 사람이 갈수록 줄어드는 것도 사실이지만, 모든 것을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아도 마음을 정확히 읽어내고 가장 필요한 위로를 해줄 수 있는 사람이 드물어지는 것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그런 위로가 더욱 소중하게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