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5.10
3월 16일부터 자택대피령이 실시된 산타 클라라 카운티의 보건당국이 어제 페이스북에 발표한 내용이다.
전국적으로 확진자는 여전히 늘어나고 실업률이 순식간에 15%로 치솟았다는 암울한 소식이 들려오지만, 그래도 "컵에 물이 절반이나 남았다"는 긍정의 선언이다.
일선의 의료진과 필수 업종 종사자에 비하면 집에서만 지내면서 아무런 고생도 하고 있지 않고, 조금 더 정확히 말하면 2달째 아무런 일도 하고 있지 않다.
하지만 반복되는 답답한 일상에 지쳐갈 때, 이러한 격려는 작지만 분명한 위로가 된다.
이 수치는 기상 조건, 코로나 19의 전염성, 그리고 행정 조치의 포괄성을 감안한 모델을 사용해서 산출되었다고 한다. 모든 주민 개개인의 위험 요인과 건강 상태에 대한 자세한 데이터가 있었다면 정확히 누구의 목숨을 살렸는지 명단을 작성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할아버지를 잃은 어린 손녀의 슬픔, 질병과 사투를 벌이는 어머니의 손을 장갑을 낀 채 붙잡는 아들의 모습, 전쟁터와 같은 중환자실에서 현장을 지휘하는 담당 의사에 대한 생생한 기사를 흔히 볼 수 있다. 만약 충분한 데이터가 있었다면 자택대피령을 준수하는 모든 주민 덕분에 삶을 이어가고 있는 평범한 사람들의 사연도 나날이 소개될 수 있었을 터. 그러나 우리에게는 그 정보가 없고, 그 7,429명의 이름을 알 수 없다.
집에만 있는 것이 정답인 시기에 진정 무엇이 최선인지는 알 수 없다. 과연 하루를 보람 있게 보내고 있는 것인지, 타인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인지 확인하고 싶은 갈망은 전혀 줄어들지 않았지만 그럴 수 있는 기회는 급격히 줄어들었다.
이럴 때일수록 잠깐이라도 얼굴을 볼 수 있고, 이름을 아는 주변의 한 사람 한 사람을 더 가까운 진심으로 대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가져본다. 각자의 자리를 지키면서 그런 노력을 한다면 결국에는 이름 모를 수많은 사람에게도 미약하게나마 선한 영향을 끼칠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