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5.30 / 2020.08.24
햇빛이 가장 탁월한 소독제라고 했었던가. 어둠 속에 감춰진 괴로운 진실은 누군가가 반드시 환히 비춰야만 한다는 생각은 변함이 없다. 하지만 그 믿음은 사실 너무 단순한 희망이 아니었는지 되돌아보게 된다. 지난 몇 달 사이에 병원은 끔찍한 전쟁터로 변했고, 모두가 도저히 적응되지 않는 괴상한 고요함에 지쳐가고 있다.
매일 다니던 상점과 거리에서, 통풍이 되지 않는 물류창고에서, 홀로 남겨진 어두운 경비실에서 이미 숨막히는 일상을 이어가던 이들이 이제는 도저히 견딜 수 없어서 지르는 비명이 그 고요 속으로 너무 뚜렷하게 들려서 주목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있을 줄은, 그럴 줄은 미처 상상하지 못했다.
분야를 막론하고 “코로나 이후의 세상”에 대한 다양한 추측과 논의가 전개되고 있다. 예상되는 변화에 대한 적절한 계획과 선제적 대응은 물론 필요하다. 아무리 오래 걸릴지라도 이 위기를 전화위복으로 삼아서 결국에는 더 나은 세상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의견에는 아마 많은 이들이 동의할 것이다.
그렇지만 한편으로는 그런 생각이 과연 적절한가에 대한 의문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지금 가장 시급한 것은 어떻게든 한 걸음 더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아니라, 이제라도 뒤를 돌아봐서 나락으로 떨어지던 이들을 붙잡는 것인지도 모른다.
직접 겪어보지 않았기에 그들의 고통을 이해한다고 말할 수는 없다. 오래동안 쌓여온 아픔들이 한순간에 치유되고, 겹겹이 쌓여서 복잡하게 엉긴 문제가 순식간에 해결될 수는 없을 것이다. 간단한 해답은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그 절규가 지금처럼 크게 들릴 때, 고개를 돌려서 예전보다 조금이라도 더 귀를 기울여야 한다.
코로나 19가 종식되었다고 끝내 선언되는 날, 우리는 어떤 모습일까. 살아남은 모두가 거리로 뛰쳐나와 서로를 얼싸안고 기뻐하는, 그런 광경은 쉽게 그려지지 않는다. 긴 전쟁 끝에 승리의 소식을 듣고 밖으로 나오니 눈에 보이는 것은 눈부신 햇빛 아래에 폐허가 된 도시 뿐이라면, 과연 진심으로 기뻐할 수 있을까.
평상시의 모습보다 오히려 지금처럼 위기의 순간에 드러나는 모습이 실상에 더 가까울 수도 있다. 개인도, 사회도 마찬가지다. 눈에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가 그동안 애써 외면하거나 의식하지 못했던 여러 현실들을 환히 드러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 위기는 분명 지나갈 것이고, 하루라도 빨리 지나가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그렇지만 그 사이에 보게 된 편치만은 않은 자화상이 쉽게 잊혀지지는 않을 것 같다. 우리가 진정 바라야 할 것은 무한한 발전으로 드러날 더 화려한 세상이 아니라, 단 한 사람이라도 더 평범한 일상을 누릴 수 있는 온전한 세상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