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4.22
늦게 일어나서 라떼 한 잔을 마시며 학교를 한 바퀴 돌아보니 이미 제법 활기를 되찾은 분위기다. 온라인으로 하려던 졸업식도 인원 제한을 두고 이틀에 걸쳐서 현장에서 진행한다는 의외의 발표도 있었다.
마치 스위치를 다시 켜듯 일상을 한순간에 되찾을 수는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지만, 한편으로는 “포스트 코로나”의 세상이 마치 1945년 8월 15일의 광복절처럼 순식간에 찾아올 것만 같기도 하다.
학교 당국에서는 가을 학기 정상화를 목표로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고 한다. 그 “정상”이 무엇인지 아직은 아무도 정확히 말할 수 없다. 수업도, 워크샵도, 단체 활동도 모두 예전처럼 실내에서 진행할 건지, 아니면 일부는 계속 줌으로 진행할 건지 미지수다.
물론 학교만 그러지는 않을 것이다. 미국, 영국처럼 백신 접종이 비교적 신속하게 진행되고 있는 국가에서는 직장생활, 육아, 교육, 문화생활, 국내/국제여행 등 다양한 분야에서 그동안 시행했던 봉쇄 조치를 어떻게 완화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백신 접종 증명서를 발급할 것인지, 그렇다면 누가 발급할 것이며 그 과정에서 공정성은 어떻게 담보할 것인지 등 복잡한 사회적 과제가 산적해 있다.
반면에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코로나 사태의 종말이 아직도 요원해 보인다. 한국에서는 4차 유행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날이 커지고 있다. 인도에서는 팬데믹 시작 후 단일 국가로서는 일일 신규 확진자 최고 수치가 기록되었다는 암울한 소식이 들려온다. 인류의 대부분에게 코로나와의 전면전은 현재 진행형이다.
할아버지께서 첫 직장에서 일을 시작하신 직후에 히로히토 일왕의 항복 선언을 주변 동료들과 함께 라디오로 들었던 순간에 대해서 말씀하셨던 적이 있다. 평생 일어를 쓰면서 살아갈 줄만 알고 계셨는데, 새로운 세상이 순식간에 찾아온 것이다.
평양에서 맞이하신 광복이 어떠했는지, 그 후에 찾아온 혼란스러운 시기는 어떠했는지 상상하기 어렵다. 하지만 팬데믹 이후의 세상도 일면 비슷하지 않을까. 누군가에게는 이 어둠이 오래 지속될 것이고, 그 빛을 먼저 본 사람들도 기쁨과 환희로만 맞이할 수 있는 시기는 아닐 것이다.
이제는 더 이상 서로 거리를 두지 않고,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손을 잡고 그 미래를 같이 마주할 수 있다는 사실에서 위로를 찾고 싶다.
하지만 우리 앞에 놓인 “포스트 코로나”라는 이 “멋진 신세계”를 헤쳐 나가기 전에 그동안 정말 고생 많았다고 서로를 안아주며 토닥여 줄 수 있으면 좋겠다. 그리고 아직도 어둠 속을 헤매고 있는 많은 사람들을 기억하고, 각자의 위치에서 그들에게 미약하게나마 도움의 손길을 내밀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일찍 백신 접종을 마칠 수 있는 특권이 주어진 모두의 책임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