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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침반 May 31. 2021

서른 즈음에

2021.04.04

2021.02.05


아침에 눈을 뜨면 이런 것이 바로 만성피로인가, 조금은 걱정이 되기 시작할 때.


위로가 필요한 순간에 피자나 치킨보다는 국밥이나 냉면이 먼저 떠오를 때. 


자신을 소중히 대하고 진심으로 아껴주는 사람은 흔치 않기에, 그런 인연이 새로 나타나는 것은 갈수록 어려워지기에 인간관계에서 조금은 더 선택과 집중을 하고 싶어질 때. 


마음의 문을 여는 것보다, 닫고 있는 것이 약간은 더 익숙해질 때. 


부모님의 뒷모습이 이제야 보이기 시작한 것이 후회되면서 마음이 무거워질 때. 


비슷한 또래의 친구들에게 약혼, 결혼, 출산, 이직, 이사의 소식을 듣고 진심으로 축하를 하지만, 이제는 더 이상 놀라지 않을 때. 


모두 삶의 모습이 다르다는 것을 익히 알지만, 그러면서도 누군가와 비교하는 생각의 습관에는 더 깊이 빠져갈 때. 


조금씩 무거워지는 책임들과 이제는 쉽게 향상되지 않는 능력과 방전되는 체력 사이에서 지칠 때. 


아직 경험하지 못한 많은 것들에 대한 기대감과, 아직 알지 못하고 어쩌면 영원히 알지 못할 수많은 것들에 대한 두려움 사이를 위태롭게 외줄타기 하며 하루하루를 보낼 때. 


일상 속의 크고 작은 문제에 부딪히면서 무엇을 지켜야 할지 고민을 더 해야지, 다짐을 하면서도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타협을 하는 모습에 무덤덤해질 때. 


아직도 라떼보다는 블랙커피가 좋지만, 대화 중에 자신의 의견과 경험을 상대방에게 강요하는 모습이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튀어나올 때. 


정해진 경로는 애초부터 없었다는 것을 이제는 알지만, 새로운 어딘가로 향하는 첫 발걸음이 쉽게 떨어지지 않을 때. 


너무 빨리 불타버리지도, 설익지도 않기를 바랄 뿐이다. 


푸른 잎이 계절의 흐름에 따라 피어나고 붉게 물들어서 떨어지듯이, 어색하지는 않은 모습으로 세월에 물들어 갈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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