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주먹

by Lunar G

더는

빛나는 미래를 꿈꾸지 않는다.

미래의 꿈에 설레지도 않는다.

꿈길이 가시밭길이고

삶이 전쟁이라는 걸 실감하게 되면서부터,

치졸하고 옹색한 시간이 가슴 벅찬 기쁨의 날보다

훨씬 많다는 걸 받아들이기 시작하면서부터,

빈주먹을 쥐고 펴는 일에 익숙해지려 하고 있다.


인생이 비루해도

다시 내일을 맞아야 하니까

덧없이 보낸 오늘 하루 때문에

괴로움이 밀려와도

시간을 되돌릴 수는 없으니까

아무리 노력해도 세상을 바꾸는 일 따위는

불가능하니까

오늘도 빈손을 쥐었다 편다.


손가락이 저리도록

쥐고 펴다 보면

언젠가는 그 속에도

꿈이, 희망이 담기지 않을까 하는

망상 같은 상상을 하며

아직 버리지 못한

소망은 가슴에 묻는다.


AUSTRIA. Vienna. Blutgasse_Igne Morath_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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