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씨

by Lunar G

어둠 속에 있으면서도

그게 어둠인지 몰랐다.

맨발로 걸으면서도

발이 아픈지 몰랐다.


거절당하고

외면당하는 데

굳은살이 박여

사는 건 원래 죽을 만큼 힘든 건 줄 알았다.

모자란 나만 세상을

버겁게 느끼는 거라 생각했다.


나보다 더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을 누군가가 있을 테니

이 정도 시련에

힘들다고 투정 부려서는 안 된다.

눈물 흘려서는 안 된다.


사는 건 응당 그래야 되는 건 줄 알았기에

시련이 날 무너뜨리려 할 때마다

내 나약함을 꾸짖었다.

막막한 벽을 마주할 때면

앞을 보지 못하는 내 눈을 탓했다.


'버티자'

그 한 마디 가슴에 담고

미약한 내가 해야 하고, 또 할 수 있는

일을 마주 보자며 마음을 다지는 일,

그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Relativity_M. C. Escher



묵묵히 내 길을 가다 보면

살만한 세상을 만나게 될 줄 알았는데...

신음 조차 내지 못한 채

아픔을 견디고만 있던

나와 같은 사람들의 외침을 듣는다.

미약할지 몰라도 쉬이 꺼지지 않을

온기를 느낀다.


눈물로 피워 낸 불씨,

노란 그 불씨를 보고서야 알았다.

날 꼼짝달싹 못하게 했던

어둠의 실체가 무엇이었는지.

대낮처럼 환한 밤을 걷는데도

왜 늘 앞이 보이지 않았는지를.


번져가는 빛을 보며 생각한다.

어둠 속에 있었던 게 아니었다고.

가슴 깊은 곳에 불씨를 지니고 있었던 것뿐이라고.


그리고 확신한다.

가슴속 따뜻한 온기가

천막을 휘둘러 만든

이 어둠과 추위를 사라지게 할 것이라는 걸.


The-sower-with-setting-sun_Van Gogh_1888.jpg The Sower with Setting Sun_Van Gogh_18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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