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친구 삼을 일 하나를 더 마음에 담은 후
가슴 저림에 무던해졌다.
세상이 아무리 뜯어말려도
어떤 형태가 될지라도
글을 남기리라 마음먹은 후
숨 막힘이 덜해졌다.
삶을 긍정해보기로 한 후
문득 일어나
우는 밤이 줄었다.
지나온 길을 돌아보고서야 알았다.
인생은 어떤 식으로 건 이어지고 있었다는 걸.
누더기 같다 싶었던 순간에도,
이게 내 삶이 아닌 것 같아 부정하고 싶었던 순간에도,
주저앉는 날 붙들고 어떻게 건 살아보려고 했다는 걸,
내 가치를 스스로에게 부단히 납득시켜오고 있었다는 걸.
석양이 들기 직전의 하늘
잔잔한 바람
가지런한 물결.
이 계절이 지나면 담을 수 없을 것을
노트에 남기며,
어둠을 맞을 준비를 하고
시린 겨울 용 따뜻한 호흡을 마련한다.
빛이 사라지면
습관처럼 쓸쓸함이 밀려오고
갖은 시름이 또 가슴을 긁을지 모르겠지만
다시 고독을 맞는다 해도
전과는 조금 다를 것이다.
한 겹 굳은살을 벗겨내 봤으니
이젠 서툴게나마 웃어 보이며
시련을 마주 볼 수 있을 것이다.
막막함과 두려움을 대면할 수 있을 것이다.
인생은 어떻게 건 이어져 왔으니까
살아있는 한 살아가는 방식을 택하게 될 테니까
탄식 같은 신음을 뱉을지라도
웃으며 울며
나는 또
뚜벅뚜벅 내 길을 가고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