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과의례

by Lunar G

거쳐가야 할 일이다. 내 선택의 결과다. 허니 마주하는 것 밖에, 지금으로서는 수가 없다. 그래서 이 시간을 대면하고 있다. 인생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 내가 왜 이러고 있는지 알지 못한 채 주어진 것을 마주하고 있다. 지나가야 하고 거쳐가야 하니 통과의례다. 통과의례에는 시간이 답이다. 그러니까 지금 나는 그 어려운 '시간'이라는 답을 끼워 맞추고 있는 것이다.

모두가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이고 감수하고 있는 것이 어째 내게는 돌덩이만 같다. 큰 산처럼 보인다. 산을 앞에 두고 한숨을 쉬었다가 주저앉았다가 뒤돌아보기도 했다가. 내가 오르고 있는 이 산이 내 길로 주어진 것이기는 한가 하는 의구심과 회의감. 상황이 내게 이 사태를 안긴 것인지 내가 탐을 낸 것인지. 어쨌건 선택을 했으니 마주할 수밖에 없다는 자포자기 감. 내가 견디고 있는 것인지 인생이 나를 기다려주고 있는 것인지 조차 모르는 상태.

놓으면 그만인데 놓는 것이 답이 아님을 안다. 아직은 그런 답을 택한 경험이 없어서 오늘도 미련하게 시간을 붙들고 있다. 이 시간이면 내가 생각하는 가치 있는 일에 어마어마하게 투자했을 것이라는 가정을 수만 번 되풀이하며, 왜 이런 상황에 나를 이르게 했냐는 책망을 거듭하며, 이것밖에 안 되냐며 끝없이 나를 내려 깎으며. 거칠고 투박하게 누구도 대신해 줄 수 없는 이 통과의례를 거쳐가고 있다.

시간이, 사람이 너무 아프고 허무하게 지나가지 않기를. 이 시간이 무용하게 텅 비어 남겨지지 않기를.


지금, 나는, 참 아프다.

눈물이 나지 않을 정도로.

타자기 위 손가락 끝에 의지해 있어야 할 정도로 절박하다.

쓰라리고 슬픈 통과의례다.


Isaac Levitan_Forest Violets and Forget Me Nots_18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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