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들기 전부터 글만 썼는데 할 줄 아는 게 이것밖에 없는데 명함을 내밀수가 없다. 전문가가 너무 많아서. 사는 게 곧 글 쓰는 일이라더니 다채로운 경험을 글로 뱉어내는 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자면 나같이 남루하게 살아온 사람이 펜을 쥐고 있어도 되는 건가 하는 회의가 든다. 어째 내가 겪은 것들은 다 색이 바래 보이고 남들의 그 무엇은 반짝반짝 빛이 나는 것 같다. 그래도 해 온 게 이거니까, 폭발할 듯 속이 갑갑해져 올 때는 이게 내겐 유일한 출구가 되어주니까 끄적끄적 끼적끼적 쓴다. 살기 위해 살아내기 위해 살아남기 위해.
아무리 봐도 이 나라에는 아니 이 시대에는 전문가가 너무 많다. 나 같은 명함 없는 아마추어가 뭘 하기에는 참 큰 세상이라는 막막함. 그래도 쓴다. 해 온 게 이거라서. 이력이라고는 쥐뿔도 남지 않았지만 쓰고 또 쓴다. 두 팔을 벌릴 수 있을 정도의 공간을 바란 욕심을 참회하며, 두 다리를 둘 곳 마저 없는 현실을 투정하며 쓰고 또 쓴다. 뭐가 되기 위해서가 아니라 아무것도 아닌 것들을 아무것도 아니게 두기 위해서. 내 아무것도 아님을 툭툭 뱉어내기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