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을 듯 아파도 살아있는 삶

by Lunar G

청춘의 이력에는
시행착오와 실패뿐이다.


일각을 아껴 열심히 살았는데

화려한 이력이 넘치는 이 시대에

실패와 눈물, 기다림만으로 얼룩진 내 기록은

더없이 가난해 보인다.


무모한 도전과

실패, 실패, 그리고 또 실패.

나이를 먹은 만큼 단단해졌다고 생각했는데

실패에는 도무지 익숙해지지 않는다.


세상엔 노력으로 넘어설 수 없는 벽이 있다는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나를 본다.

이런 내가 참, 싫다.

노력이 모자랐기 때문이라 생각했던 나였는데,

노력하면, 참고 견디면 되리라 믿었던 나였는데.

Maggie Taylor_The divide.jpg Maggie Taylor_The divide


끝까지 버텨내

세상은 노력을 배반하지 않는다고 당당히 말하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 멀고 힘든 길을 뚜벅뚜벅 걸어왔다.


턱까지 차오른 숨이 이제 그만하자고 한다.


자리 잡은 친구들을 보며,

멀어지는 청춘을 실감하며

현실을 견디기가 녹록하지 않음을

시련을 마주하는 게 힘에 부침을

실감하고 있는가 보다.


조금 더 일찍

인생이 노력과 상관없을 수도 있다는 말에 귀를 열었더라면
꿈을 이루는 게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임을 알았더라면
이 길로 들어서지 않았을까.

매일 아침, 이미 답을 알고 있는 질문을 던지며 눈을 뜬다.


보통으로 산다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절감하고 있는 요즘,
보통을 넘어서려다 보통마저 되지 못한 나를 마주하며

꿈 길로 들어서기로 한 그날부터

내 삶이 고장 나기 시작한 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한다.


출발점을 다시 어디로 설정해야 할까,

이대로 계속 가도 되는 걸까,

날 이 길로 들어서게 한 거부할 수 없는 그 힘은 허상에 불과했을까.


믿음이 흔들리니 생각이 많아진다.

지나치게 많은 생각은 독이다.

생각을 덜어내야 한다.

고민은 현실 앞에 어떤 힘도 없다.


그래,

이젠 숨 좀 돌리고 가자.

정신없이 달려왔으니 잠깐 숨 좀 돌려 보자.


숨 돌리는 데는 어학점수도 자격증도 필요 없다.

나에 대한 믿음만 있으면 된다.


머뭇하는 게 실패는 아니다.

세상을 따르자고 나를 잃을 수는 없다.
타인의 방식에 따르자고

나를 기만할 수는 없다.

세상에 내가 나일 수 있게 하는 이유 하나쯤은

가슴에 품고 있어야 한다.


살아있으면서 죽은 삶보다는
죽을 만큼 아파도 살아있음을 느낄 수 있는 삶을 살련다.

그게

시련 앞의 내 결론이다.


나처럼

지금 이 순간 긴 호흡이 필요한 누군가가 있다면

그래도 된다고, 그럴 자격 있다고

응원해 주고 싶다.


머뭇하는 건 실패가 아닌,
열심히 살았음의 반증이다.


숨 좀 돌리고 다시 시작하면 된다.

부끄럽지 않을 정도로 열심히

달려왔으니

충분히 그럴 자격 있다.

호흡을 골라야

생동하는 아픈 삶을 견뎌낼 수 있다.


이제 숨 좀 골라보자.

매거진의 이전글소소한 기록의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