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는 곳마다 숙소를 눈여겨봐요. 딸이랑 같이 가려고."
그 사람 자리를 딸로 채운 이야기를 듣는다.
네가 왜 머물 곳을 눈여겨보는지 잘 알면서
그 사람과 네 공간에
아이들을 데려와야 하는
그 험한 연애를 입에 올리지 않는다.
사랑이라니까
너에겐 곧 죽어도 사랑이라니까
고개를 끄덕이는 수 밖에다.
네겐 사랑이지만
세상엔 불륜인 그 관계를
고백하며
너는 내 앞에서 목놓아 울었다.
사랑을 구실로
그의 품을 찾으면서
왜 흐느끼는지
아프다며 칭얼대는지
나는 이해할 수 없었다.
두렵고 불안한 건
신의를 져버린 벌이다.
알량한 네 사랑을 위해
모두의 눈을 속인 벌이다.
냉정한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깜찍한 너를 앞에 두고
그럼에도
평화로운 네 가정의 행복이
깨지질 않길 바랐다.
네가 사랑이라는 그 허깨비가
사라지길 바랐다.
그와의 은밀한 만남을 위해
좋아하던 술을 끊고
거짓 일상을 꾸미고
아닌 척
조신한 척
사랑한다는 그를 너는 세상에 내놓지 못했다.
좋아하는 사람을,
함께 하고 싶은 사람을
감춰두는 것
남의눈을 피해 그를 만나는 것
그걸 너는 사랑이라고 했다.
널
설레게 하고
네 몸을 전율하게 하는
그 사랑을 위해
너는 소중한 사람들의 등에
매일 같이 거짓과 배신의 칼을 꽂았다.
너를 버리게 하고
믿음을 등지게 하고
네게 가면을 씌워 준
그 사랑을 갈구하며
너는 행복하다며
울었다.
사랑하는 이가 다치는 것만큼 고통스러운 건 없다.
더 주지 못해 마음 아파하는 게 사랑이다.
죽을 듯 싸운 후에도 그 사람이 다칠까 찾아 헤매는 게 사랑이다.
착각하지 마라.
너를 해하는 사랑,
너를 나락으로 떨어뜨리는 사랑,
그건 사랑의 가면을 쓴 폭력이다.
방향을 잘못 잡은 사랑은
너를 파멸로 몰아갈 것이다.
그대,
진정 사랑하고 있는가
아니면 사랑의 가면에 집착하고 있을 뿐인가.
동전의 양면 같은
사랑과 집착 사이
판단은 그대의 몫.